신진서, ‘전설’ 이창호·이세돌 넘어 새로운 신화를 쓴다

난양배 초대 챔프 등극 … 입단 12년에 8차례 세계정복 ‘놀라운 속도’

2025-03-01     엄민용 선임기자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밝게 웃어 보이고 있는 신진서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신진서 9단이 세계 바둑의 새로운 전설을 써 가고 있다. 신진서 9단은 28일 싱가포르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제1회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중국의 왕싱하오 9단을 맞아 22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우승상금 25만 달러(약 2억 6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이날 흑을 잡은 신진서 9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구한 포석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초반 우변 접전에서 왕싱하오 9단의 뚝심에 밀리며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어느새 입단 10년 차를 훌쩍 넘기며 노련미를 더해 가고 있는 신진서 9단은 연이은 강수로 버텨 가며 중반 전투에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이러한 신진서 9단과 달리 왕싱하오 9단은 역전을 허용한 후에는 초·중반의 끈끈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신진서 9단(오른쪽)과 왕싱하오 9단이 승부를 벌이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26일 결승1국에서 승리해 기선제압에 성공했던 신진서 9단은 결승2국도 승리로 장식하며, 이 대회 초대 챔프에 올랐다. 메이저 세계대회 전체로는 통산 8번째 우승이지만, 신 9단이 초대 챔피언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우승한 세계대회의 결승전에서는 상대에게 1승도 허용하지 않는 ‘완봉승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특히 신진서 9단은 세계 바둑 역사상 불멸의 승부사로 꼽히는 이창호·이세돌 9단의 우승컵 수확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세계대회 우승 횟수를 늘려 가고 있다. 그의 전설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역대 메이저 세계대회 최다 우승자는 ‘신산’ 이창호 9단으로, 이 9단은 모두 17차례 세계를 제패했다. 이어 ‘쎈돌’ 이세돌 9단이 14차례 세계 정상을 밟었으며,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은 9차례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들에 이어 신진서 9단은 중국의 구리·커제 9단과 함께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구리 9단은 이미 저문 태양이고, 커제 9단도 저물어 가고 있다. 반면 신진서 9단은 이제 전성기를 열어가는 중이다. 우승컵 수확 속도에서도 신진서 9단은 이창호·이세돌, 두 바둑 전설과 비슷하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 모두 입단 12년 만에 8번째 세계대회 제패에 성공했고, 신진서 9단도 입단 12년 7개월 11일째인 이날 8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나이도 올해 신진서 9단이 24세로 당시 23세였던 이창호 9단, 24세였던 이세돌 9단과 흡사하다. 따라서 지금의 추세라면 신진서 9단이 이창호·이세돌 9단의 기록을 넘어설 공산이 크다. 세계대회도 예전보다 더 많아져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현재로서는 신진서 9단을 위협할 상대도 보이지 않아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의 싸움’뿐이다.

국후 복기 장면.(사진 한국기원 제공)

이날 승리로 세계대회 8회 우승과 개인 통산 40회 우승을 동시에 기록한 신진서 9단은 “왕싱하오 선수는 굉장히 어려운 상대였는데, 내가 경험이 더 많아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 결승에서 만난다면 훨씬 더 힘들 듯하다”며 “우승하고 싶었던 난양배에서 우승하고, 앞서 농심신라면배도 잘 마무리해서 올해를 기분 좋게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 한 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휘황 바둑마스터스 최종국이 끝난 후 조훈현 9단(왼쪽)과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복기를 하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한편 이날 함께 열린 제1회 난양배 휘황 바둑마스터스 3국(최종국)에서는 조훈현 9단이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에게 시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3인 역토너먼트로 진행된 이 대회에서 1국과 3국에서 승리한 조훈현 9단은 상금 4만 싱가포르달러(약 4300만 원)를 거머쥐었다. 신진서 9단과 조훈현 9단에 대한 우승 시상식은 3월 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