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마크 러팔로, 10년만 내한해 열변 토했다..."전 세계 모든 지도자 연상하길" (종합)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내한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 17', 오는 28일 개봉

2025-02-20     장민수 기자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영화 '미키 17'를 통해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미키 17'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인 최두호 프로듀서, 배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참석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 이후 약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먼저 첫 내한한 나오미 애키는 "꼭 와보고 싶었는데 오게 돼서 기쁘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고, 오랜만에 한국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게 된 스티븐연 또한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마크 러팔로는 지난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홍보차 방문한 후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에 그는 "지난번에 정말 큰 환대를 받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질투하더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린 후 "다시 달아와 기쁘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이들과 작업하게 됐을까. 그는 "성격이 이상해서 그런지 사람을 볼 때도 이상한 면을 보는 것 같다. 어느 한구석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모습이 보이면 집착이 생긴다"라며 세 배우를 각각의 역할에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마크 러팔로는 얼음행성 개척단의 독재자 케네스 마셜 역으로 열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악당 연기에 도전했다. 봉 감독은 "마크 러팔로가 그동안 한 번도 악당을 안 했다는게 신기했다"라며 "대본 드렸더니 처음에는 왜 자기한테 주냐고 낯설어하시더라"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근데 너무 멋질 것 같았다. 독재자들은 특유의 이상하고 위험한 매력, 귀여움이 있다. 대중을 휘어잡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마크가 그걸 잘 해줄 것 같았다"라고 그에게 마셜 역을 제안한 이유를 밝혔다.

악역 제의를 받고 의아했다는 마크 러팔로는 "처음 시도한 역할이라 겁도 났다"면서도 "나 자신도 스스로 의심할 때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나오미 애키는 미키의 연인 나샤 역으로 출연했다. 미키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독재자 마셜과 맞서는 인물. 

봉 감독은 휘트니 휴스턴 전기 영화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에서의 그의 연기를 인상적으로 봤다며 "역사적인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부르며 연기한 배우였다. 이번 영화에서 총과 칼이 아닌 목소리로 독재자를 제압한다. 그 장면에서 영국 시사때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배우를 알아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티븐 연은 미키의 친구 티모 역을 맡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를 버리는 얄미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는 SF 장르지만 인간 냄새 나는 게 목표였다. 스티븐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었을 거다. 티모가 일반적인 SF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다. 배바지를 입고 사채업자한테 쫓기는 진기한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믿음을 드라냈다.

세 배우는 그런 봉 감독의 지지와 믿음 속에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인물을 구축해갔다.

먼저 나오미 애키는 "나샤는 날 자유롭게 했던 역할이었다. 진정성 있고 진실한 사람이다. 모든 감정을 솔직히 내보인다"라고 인물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영웅, 지도자는 영광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사랑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나샤와 미키를 봤을 때도 그들이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게 더 매력적이다"라며 "그들은 일상을 그저 살아갈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하게 된다. 모두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평범함의 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캐릭터와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티븐 연은 티모의 다소 비열해보이는 부분에 대해 "버려질거라는 두려움이 있는 인물"이라며 "합리적이고 시니컬한, 초현실주의적 인물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삶에 대한 기술은 어려운 성장 과정에서 나왔을 거라고 본다"라며 "옳다 그르다가 아닌 상황을 판단해서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민한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선택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성난사람들' 끝난 직후에 (티모를) 만났는데, 자신의 어두운 면들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고민하고 있었다. 대본을 보면 모두가 싫어하고 미움 받는 캐릭터다. 그러나 전 타인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살지는 못했다. 개인적 경험으로 티모를 이해하려 노력해봤다. 티모도 약점이 있으니 탐구해봤다. 전체적으로는 재밌는 캐릭터다"라고 연기 과정을 떠올렸다.

마크 러팔로가 선보인 독재자 마셜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등 특정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들이 있다. 영화를 본 관객의 국적에 따라 다양한 독재자 및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그러나 그는 "어떤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일 뿐이다. 그릇이 작은 독재자를 우리가 오랜 세월 봐오지 않았나. 자기 이익만 원하고 연약하기도 하다. 그러다 결국 실패한다. 아마도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물이 말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 여러 인물을 발견했으면 했다. 전 세계 모든 지도자를 연상하길 바랐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또한 "역사를 보면 비폭력 운동들이 결국에는 폭력적인 운동보다 큰 변화를 만든다. 특히 미국에서 그랬다"라며 "우리가 가진 건 결국 사람들의 힘이다. 그 힘의 근원에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마음이 있다. 미키에 대한 나샤의 사랑이 영화에서 그런 힘을 보여준다"라고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향적인 사람이 앞줄에 서야한다더라. 앞줄에 서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결국 변화를 만든다고. 그 말이 정말 마음에 든다. 폭력 원하지 않는 부드러운 사람들, 폭력에 대항하는 게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엇보다 강력하다"라고 사회 변혁을 위한 운동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적극 설파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배우들은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와 봉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에 감탄을 드러냈다.

나오미 애키는 "아이처럼 통제해주길 바라고 감독님을 부모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굉장히 자유롭게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라고 만족했고, 마크 러팔로 또한 "정말 섬세하고 꼼꼼하시다. 굉장히 지원도 잘해준다. 창의적으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마크 러팔로는 "정말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높은 위치에 올랐고 칭송 받는 감독인데, 참 겸손하다. 계속 친구로 남고 싶다"라고 봉준호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도 호감을 드러냈다.

첫 작업인 두 사람과 달리 스티븐 연은 2017년 '옥자'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다. 이에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님과의 경험의 양상도 달라지는 것 같다"며 "추후에 또 작업한다면 함께 진화하는 모습이었으면 한다. 같이 일하면서 저 스스로 인정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덕분에 더 여유를 갖고 연기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한 "감독님은 눈빛, 시각이 아름답다. 감독님만의 시각으로 찾아낸 것들의 매력이 좋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봉 감독은 "미키는 힘든 위기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는다. 결국 파괴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라며 "미키17 통해 관객분들이 공감과 위로 받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미키17은 스펙터클함도 있지만 배우들이 풍부하고 섬세한 뉘앙스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보면 그 자체로 스펙터클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라고 세 배우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사진=ⓒMHN스포츠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