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도, 버디도 여전했다...아쉬움 속 빛난 여자친구 '데뷔 10주년'(종합)

여자친구 10주년 단독 콘서트

2025-01-20     정승민 기자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멤버들도, 버디들도 여전한 열정을 보여줬던 걸그룹 여자친구(GFRIEND)의 데뷔 10주년 콘서트 서울 공연이 많은 아쉬움 속 막을 내렸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여자친구(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 데뷔 10주년 단독 콘서트 'Season of Memores' 3회차 서울 공연이 열렸다.

'Season of Memories'는 팬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여섯 멤버의 바람이 모여 성사됐으며 수많은 히트곡을 비롯해 버디(팬덤 명)와 함께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었다.

이번 공연은 '파워 청순'과 '격정 아련'까지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또한 사흘 공연 내내 세트리스트에 변화를 줘 다채로움을 더했고 곡 제목에 바람이 들어간 노래 세 곡을 묶은 매쉬업,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앨범 수록곡 'Always' 등 콘서트를 위해 준비된 무대도 특징이었다.

특히 여자친구와 역사를 함께한 박준희 안무가와 학교 3부작에 이어 '너 그리고 나' 신화를 끌어낸 작곡가 그룹 이기용배도 객석에 자리해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또한 데뷔 10주년을 위해 원년 스태프들이 뭉쳤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 'Season of Memories'는 서울 3회 차 공연 매진을 시작으로 오는 3월 9일 오사카, 11일 요코하마, 3월 14일 홍콩, 3월 22일 가오슝, 3월 29일 타이베이 등 5개 도시에서 아시아 투어를 개최한다.

이날 무대는 가온차트(현 써클차트)에서 걸그룹 최초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하며 여자친구 전성기의 시작을 알려준 '오늘부터 우리는'(Me gustas tu) 무대로 시작됐다.

이어 여자친구에게 호성적을 안겨줬던 '너 그리고 나'(NAVILLERA) 무대가 이어졌다. '너 그리고 나'는 강렬한 댄스 브레이크와 유주의 강렬한 고음이 특징이다. 그러나 유주는 지난 16일 성대 염증 소식을 전했기에 육성 대신 그의 음성이 무대를 채웠지만, 실제로 노래하는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무대에 진심을 다하는 유주의 모습에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두 곡에 이어 뮤직비디오부터 청순을 대표하는 '귀를 기울이면(LOVE WHISPER)'까지 오프닝으로 세 곡 무대를 마친 멤버들은 저마다 마지막 서울 공연에 나서는 각오를 내비쳤다.

소원은 "오늘이 서울의 마지막 공연이다. 하지만 저희는 끝이 아니고 투어 일정이 남아 있다"고 했고, 은하는 "서울 콘서트의 열기를 해외에서도 이어갈 예정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린은 "버디들에게도 정말 의미 있는 노래들이지만 정말 힘들다"거나 "우리가 3일 공연을 한다고 하니까 체력을 걱정해 주시는 버디들이 많다. 저희는 하나도 안 괜찮은데 여러분은 괜찮나"라고 말하는 신비의 재치는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멘트를 마친 뒤 '핑(Crush)', 'FINGERTIP'(핑거팁) 무대를 선보였고, 특히 '핑거팁'은 댄스 브레이크 시간을 늘려 무대 중앙으로 향해 관객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멤버별 사인이 그려진 사인볼을 팬들과 함께 나눴던 'Tarot Cards + 물꽃놀이(Water Flower)'에 이어 '바람' 키워드 매쉬업 무대인 '바람 바람 바람(Windy Windy) + 바람의 노래(Hear The Wind Sing) + 바람에 날려(Gone with the wind)'까지 나섰다.

'여름비(SUMMER RAIN)', '봄비 (Rain In The Spring Time)'에 이어 3회차만을 위해 준비된 'Dreamcatcher'까지 '파워 청순'에 주력한 1부 무대를 마친 여자친구는 그간의 준비 과정을 담은 VCR을 거쳐 '격정 아련'을 주력으로 한 2부에 돌입했다.

2부에서는 'MAGO', 'Apple', 'RAINBOW', 'FLOWER (Korean Ver.)', 'Only 1'에 이어 10주년 스페셜 앨범 수록곡 ‘Always’ 리릭 비디오가 최초 공개되기도 했다. 리릭 비디오에는 녹음에 임하는 멤버들의 모습과 함께 유쾌한 케미가 담겨 있었다.

이어 미니 3집 'SNOWFLAKE' 인트로가 흘렀고,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시간을 역행하며 그간의 활동곡 뮤직비디오가 연이어 공개되자 팬들 사이에서 10년의 세월을 실감하며 먹먹함을 안기기도 했다.

인트로가 흐른 만큼, 미니 3집을 대표하는 타이틀곡이자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곡, 음악방송 15관왕에 이어 2016년도 멜론 연간차트 2위를 기록한 '시간을 달려서' 무대가 펼쳐졌고, '격정 아련'의 대표곡인 '교차로(Crossroads)'와 'You are not alone', '해야(Sunrise)', 여자친구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밤(Time for the moon night)' 무대가 이어졌다.

이후 멤버들은 데뷔 10주년 콘서트 서울 공연의 막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저마다 소회를 풀어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신비는 "저희가 10년 활동하는 동안 총 3회차로 콘서트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10주년에 좋은 기회로 3회차 콘서트를 하게 됐다. 3일 동안 한동안 못 봤던 버디를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마지막 콘이니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 번째와 중간 콘서트 때와는 다르게 세 번째 콘서트는 오프닝 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만큼 저희에게 10주년 콘서트는 저희에게 의미가 남다른 콘서트였다"고 말했다.

또한 신비는 "10주년 프로젝트는 멤버들과 예전부터 꼭 챙기자고, 구두로 이야기만 해왔었는데 이걸 실현시킨 멤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각자 활동하면서 각자의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그 약속을 잊지 않고 같이 시간을 지켜서 와준 멤버들에게 고맙다"며 "10주년 프로젝트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흔쾌히 좋다고 해주신 쏘스뮤직과 스케줄 상으로 쉽지 않았을 텐데 결정 내려주신 빅플래닛메이드 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기다렸을 버디에게 10주년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4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저희를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무릎 부상과 성대 염증 진단으로 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예린과 유주는 눈물 속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예린은 "저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버디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주고 싶었다. 고맙다, 감사하다 이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좋은 무대로 보답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아프다는 핑계도 대기 싫고, 많은 버디들이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무릎이 안 좋아서 미안했다. 저희의 칼군무를 보고 싶으셔서 오셨을 텐데 제대로 춤을 못 춰서 죄송하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예린은 "무대 훌륭하게 소화해준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10주년 콘서트를 통해 무대에서 멤버들의 눈을 마주치는 게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옛날에는 무대에서 웃길까봐 못 쳐다봤을 정도로 단순히 재밌었다면 지금은 멤버들의 눈을 행복하게 쳐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직원이 3~4명이던 시절에 과연 나중에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멋지게 해낼 수 있는 그룹이 돼 행복하다.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하는데, 버디가 많이 사랑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저희가 어떤 길을 가든 항상 빛이 돼주시길 바란다"고 이전과 달라진 상황을 비교하며 감회를 밝혔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던 지난 16일 안타깝게도 독감으로 인한 성대 염증 진단 소식을 전한 유주는 이날 공연에서 말을 하지 못해 스케치북에 대신 메시지를 작성했다.

유주는 "완벽하지 못한 모습이었어서 미안하다. 제가 웬만한 건 다 이겨내는 강인한 여자 최유나인데 독감에 밀리고 말았다. 세 번째 날인 만큼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소감을 이어가려고 한다. 콘서트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준비했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니 무대를 위해 춤추고 노래하던 시간들이 눈부신 시간이었다. 2025년 1월 겨울을 우리의 다정한 시간으로 기억해달라"며 "100%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200%, 300%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자리에 있을수 있도록 해주신 스태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저는 절대 여기까지 혼자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 많이 사랑해 주시고, 버디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라고 유의미한 메시지로 소감을 매듭지었다.

멤버들과 함께한 지난날을 회상하던 리더 소원 또한 결국 눈물을 흘렸다.

소원은 "오프닝 전에 울컥했었다. 당연히 마지막은 아니지만 콘서트 덕분에 매일 멤버들과 시간을 보내며 함께했는데 당분간 다시 멤버들을 볼 수가 없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연습실에서 같이 연습하고 누룽지통닭 1인 1닭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당분간 볼 수 없다는 게 슬펐다. 그래도 마지막이 아니니까 그 생각으로 행복하게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버디도 4년이 얼마나 길었을지 상상이 안된다. 4년 만에 모였는데도 콘서트에 와주셨다는 게 대단했다. 와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4년 동안 버디들은 되게 답답했을 것 같지만 이렇게 좋은 날을 보냈으니 무거운 마음은 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하는 "이번 콘서트 준비하면서 안 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노래할 때 울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콘서트 할 때마다 가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저 자체를 사랑해주신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사실 다시 못하면 어떡하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많이 격려해주고 응원해준 멤버들과 지인분들, 직원분들 너무 감사드린다. 오래도록 사랑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멤버 모두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막내 엄지는 "오래 참고 기다렸기 때문에 할 말이 많았다. 오늘 아예 밤을 새고 왔다. 무수면 상태로 콘서트를 한 건 처음인데 너무 즐거웠다. 오늘 무대에 힘을 쏟고 싶어서 새벽에 미리 멘트를 써봤다. 멤버들 너무 고맙고 고생했고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저희와 함께 인연을 맺고 여기까지 지켜봐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작성한 편지를 꺼내들었다.

엄지는 "이번 1월 버디에게 설레는 마음이 충분했겠지만 어딘가 있었을 원망과 서러움도 있었을 것 같다. 이 마음에 위안을 건네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버디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공연은 준비가 지치고 힘들더라도 멋있게 해내고 싶었다. 4년간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도 했고, 도전 후 성취도 했을 소중한 시간이었을 거다. 그 이후 만난 우리는 더 튼튼하고 깊어졌다. 여러분의 애정을 간직할 수 있었던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영원히 간직할 소중한 시간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모두가 멘트를 마친 뒤 멤버들은 데뷔 앨범 타이틀곡이자 학교 3부작의 시작인 '유리구슬(Glass Bead)'을 비롯해 'Here we are', 데뷔 1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우리의 다정한 계절 속에 (Season of Memories)', 'Always' 무대까지 꾸미며 서울 공연의 막을 내렸다.

지난 2017년 첫 팬 미팅도, 2018년 첫 콘서트도, 이번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마저도 여자친구와 인연이 깊었던 공연장 올림픽홀에서 열린 만큼 감회가 남달랐다.

데뷔 후 10년이 지났기에 학교 3부작을 이어가던 앳되고 청순한 멤버들의 모습은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각자 솔로 활동과 비비지(VIVIZ) 활동으로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성장해 의기투합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버디들의 열정은 여전했다. 도입부 등장하는 순서대로 응원법이 시작되는 '시간을 달려서'를 제외하면 멤버들의 나이와 생일순으로 구성되는 여자친구만의 응원법은 데뷔 10주년에도 여전히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별도로 여전히 '사랑해'와 '여자친구'로 갈리는 '너 그리고 나' 말미 응원법 또한 여전했다(공식은 사랑해가 맞다).

하필 데뷔 10주년 콘서트 서울 공연 시기에 컨디션 난조가 겹쳐 누구보다 아쉬웠을 예린과 유주. 예린은 무대 도중 파이팅을 더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은하와 함께 여자친구 곡 대부분의 고음 애드리브를 맡으며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유주의 성량은 아쉽게도 음성으로 만족해야 했다.

두 멤버 외에도 리더로서 10주년 프로젝트를 주도했을 소원과 지난해 6월을 시작으로 약 3달간 이어왔던 월드투어 'V.hind : Love and Tears' 일정 후 데뷔 10주년을 위해 숨 고를 틈 없었던 비비지 멤버들의 체력 안배도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데뷔 10주년 콘서트는 여러모로 멤버들의 열정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아쉬움이 남은 공연이고 멤버들도 끝이 아니라고 했던 것처럼,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멤버들이 다시 한번 피날레 무대로 국내 버디와 마주할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쏘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