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중문화 속 ‘회복’과 ‘재해석’의 서사... 최승현(탑), 그리고 오징어 게임 시즌2

과거를 안고 다시 선 배우 최승현, 그의 선택은 우리 사회가 실패와 회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2025-01-16     주진노 기자

 

(MHN스포츠 주진노 기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끌었던 인물 중 하나가 빅뱅 출신 최승현(탑)입니다. 탑은 과거 대마초 흡입 혐의와 잇따른 논란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고, 한때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래퍼이자 약물에 의존하는 캐릭터로 돌아왔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쩌면 보다 깊이 생각해볼 만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낙인과 구원의 서사

 

 

‘마약 전과가 있는 배우’에게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대체로 싸늘합니다. 이는 개인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한 비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예인이나 공인(公人)에게 기대하는 ‘도덕적 역할 모델’의 훼손에 대한 실망감이기도 합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현대 사회가 범죄자나 일탈자에게 ‘낙인(stigma)’을 찍어 통제하고 규율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는데,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비판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중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반성의 태도’ 이상으로, 해당 인물이 사회의 규범적 틀 안으로 다시금 교정되어 돌아오는 모습일 겁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과오를 어느 정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변화가 먼저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최승현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평생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힌 것도 ‘낙인’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회복해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실수와 주변에 끼친 상처를 인정하되, 동시에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술적 표현’과 ‘윤리적 잣대’ 사이


이번 논란이 더 깊어진 이유 중 하나는 극 중 캐릭터가 ‘약물 복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마약 전과가 있는 사람이 드라마에서 약물을 사용하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역설적이면서도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떤 시선에서는 이를 ‘작품적 재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이 상황 자체가 “과거 잘못을 희화화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일으키는 거죠.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예술적 표현은 언제나 인간의 다양한 결핍, 결함, 욕망을 다뤄 왔습니다. 문학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역시 통치욕과 야망으로 파멸을 맞이하고, 괴테의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계약으로 진리를 찾아 헤매는 어둡고 모순적인 인물입니다. 우리는 예술이 인간의 심연을 비추는 일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현실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오류’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공감과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최승현 본인도 인터뷰에서 “타노스(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 됐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단순히 ‘작품의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일종의 ‘재해석’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작품이 비윤리적 문제가 있는 소재를 어떻게 다루는가, 그리고 연기자가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가가 더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귀속과 거리감


한편, 최승현은 빅뱅에서 탈퇴했지만, 여전히 ‘탑(T.O.P)’이라는 예명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이돌 스타’로 누렸던 영광과는 대조적으로, 현재의 그는 오랜 ‘자숙의 시간’을 거쳐 조심스러운 복귀를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은 “공동체에서의 배제는 가장 큰 형벌”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형성되는 스타의 삶에서, 불명예로 인한 공동체와의 단절은 어쩌면 가장 무거운 응징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빅뱅’ 멤버로서 함께했던 그는 이제 ‘최승현’이라는 본명으로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그룹과 대중이 ‘공동체’였다면, 지금의 그는 그 공동체와 일정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으로 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평생 미안함을 안고 있다”고 말하는 그가 아직 남아 있는 팬들을 다시 만나고, 언제가 될지 모를 복귀의 길을 찾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회복의 서사와 ‘당사자성(當事者性)’

‘자기 서사(self-narrative)’-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하며, 어떻게 재구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인물이 다시금 사회 앞에 서고자 할 때, 그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서사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최승현이 “연기를 계속하고 싶었다. 음악 작업도 꾸준히 했다”고 밝혔을 때, 그것은 단순히 ‘연예계 복귀’를 넘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새로이 찾아가는 몸부림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중이 쉽게 그를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작품의 재미만으로 그가 지은 과오가 덮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군가의 인생이 한 번의 실패로 영원히 끝나버리는 것도 아니다, 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표보다는 ‘쉼표’로써의 의미

 


최승현(탑)의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은 분명 많은 논란과 지적을 동반했습니다. 동시에 사람에 따라 그의 복귀를 곱게 보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보면, 이것은 ‘성공적으로 복귀했다’거나 ‘실패로 끝났다’는 이분법적 평가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 공동체와 개인이 서로 부딪히고 소통하며 길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잘못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그가 어떻게 다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예술 활동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의 실패와 회복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나아갈지는 아직 미완(未完)의 상태입니다.

결국 최승현의 행보는 다시금 ‘사회적 낙인’과 ‘개인의 회복’이 얼마나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어떻게 이겨내고 서사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한 편의 실험으로 남을 것입니다.

 

사진 = 넷플릭스 / THE S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