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의 반항적 어반 아트를 국내에서 만나다

도발적 메시지와 독창적 표현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뱅크시… 그의 작품과 도시 예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2024-11-22     송도빈 인턴기자

(MHN스포츠 송도빈 인턴기자) 영국의 상징 격인 길거리의 공중전화부스가, 옆구리에 곡괭이가 박힌 채 쓰러져 새빨간 피를 흘린다. 

해당 작품은 '은둔의 거리 미술가'로 불리는 뱅크시의 설치 작품 '훼손된 전화박스'이다. 뱅크시가 2005년 런던의 한 골목에 설치한 뒤 사라져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약 20년간 단 한 번도 해외로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국내에서 공개되어 화제의 중심에 선 작업이기도 하다.

1970년대 영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뱅크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작가이다. 미술관에 자기 작품을 '몰래' 들여놓는가 하면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파괴하며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는 등 기존의 미술 권력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뱅크시의 작품들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작업들이 현실에 대해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는 반전(反戰)이다. 그의 작품 속 시위대는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고, 군인들은 총 대신 붓을 든 채 평화를 상징하는 문양을 그린다. 

뱅크시의 작품에서 항상 평화를 대변하는 존재는 어린 아이들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건설한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는 여러 개의 풍선을 타고 떠올라 장벽을 넘는 소녀의 모습을 그렸고,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폭탄을 끌어안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 이라크 전쟁 반대 집회에 배포하기도 했다. 소더비 경매에서 파쇄되며 큰 화제에 올랐던 작품 '풍선과 소녀' 역시 시리아 난민 소녀의 구조 요청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의 거리 곳곳에서 뱅크시의 작품들이 발견되고 있다. 탱크 진격을 막기 위해 세워둔 X자 철제 구조물을 시소 삼아 노는 아이들의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꼰 것으로 해석되는, 성인 남성을 어린 아이가 쓰러트리는 그림 등이 발견되며 여전히 반전을 외치는 그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편, 뱅크시의 '훼손된 전화박스'를 비롯한 여러 조형물, 벽화 및 유화 작품들은 다른 여러 거리 예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국내에서 전시 '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를 통해 2025년 2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사진=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뱅크시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