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해리스 지지 철회 후폭풍…“언론의 독립성 훼손” 비판

아마존 초대 CEO 베이조스 개입 의혹 WP, 민주당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 거부 美 내 언론 독립성 논란 확산

2024-10-30     박서인 인턴기자
워싱턴포스트 로고

(MHN스포츠 박서인 인턴기자) 워싱턴포스트(WP)가 36년 만에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WP는 지난 25일(현지 시간), 이번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언 이후 28일(현지 시간) 기준 20만 명 이상(전체 구독자의 8%)의 구독자가 구독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해리스 지지 철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계의 오랜 관행을 깨고 후보 지지를 거부한 이번 결정에는 WP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베이조스가 이번 결정에 관여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복잡한 관계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WP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베이조스가 해리스 지지 사설을 거부하도록 편집진에 압력을 가했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는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지지철회로 WP 노조와 전 편집인들은 강한 반발을 표하며 “편집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20년간 WP에 기고해 온 편집자 로버트 케이건은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평가하며 즉각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다.

WP의 결정을 두고 내부와 외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 편집장 마틴 배런은 이 결정을 ‘비겁한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민주주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등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들 또한 “트럼프의 재집권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칠 위협을 심각하게 보도해 온 WP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반면, WP의 전 수석 편집장 마커스 브라우츨리는 “이번 사태는 현시대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당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기자들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해나 나탄슨 기자는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기자들의 업무에만 악영향을 줄 뿐”이라며 구독자들에게 항의의 방법으로 편집진에 의견을 보내는 방법을 제안했다.

한편, 미국 언론의 전통적 지지 관행을 따르지 않는 결정은 WP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USA 투데이 또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현재 5대 주요 언론사 중에서는 뉴욕타임스(NYT)만이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과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수백 개 매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언론이 80개로 급감했고 트럼프를 지지한 매체는 10개 미만에 그쳤다.

현재 언론의 정치적 지지 결정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은 미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와 구독자층의 민감한 반응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워싱턴포스트,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