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에서 '암 환자 뺑뺑이'로...의대 교수들 강한 우려 표출

끊이지 않는 의-정 갈등, 환자들만 '소리 없는 아우성'

2024-09-13     김인강 인턴기자

(MHN스포츠 김인강 인턴기자) 의대 교수들이 5일간의 단식 농성을 마무리 지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지난 9일, 2025년도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열었고, 13일까지 단식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13일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단식 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올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평재 교수는 "건강검진은 연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겨울에 새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늘 것"이라며 "하지만 겨울에는 호흡기계 질환과 심혈관, 뇌출혈 질환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암 환자들이 중환자실 자리를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희복 교수는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떠난 뒤 원래 5~6개 정도 열리던 수술방이 3개만 열리고 있는데 한 곳은 응급 외상 환자를 수술하고 한 곳은 스탠바이를 해야 해서 정규 수술용은 한곳밖에 없는 셈"이라며 "겨울에 암 환자들이 증가하면 수술받을 곳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상급종합병원의 인력난이 지속하면서 주요 6개 암 수술 건수가 17%가량 감소했다.

암 수술을 받은 환자 수도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5만7244명으로, 전년 동기 6만8425명보다 16.3% 줄었다.

전공의 파업 사태로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골절됐다는 장지헌씨는 "의사와 정부는 환자의 삶이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알력 다툼만 하고 있다"며 "그 속에서 뺑뺑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충효 교수는 "이 사태가 어떻게든 9월엔 정상화돼야 한다"며 "의대 증원 취소로 피해를 보는 1천500명의 수험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결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정부도 책임이 있지만 전공의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다"며 "중증 환자를 포기하고 떠난 파업은 해외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