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번째 생일 맞은 엘비스 프레슬리, AI 콘서트로 환생…반갑지만 괜찮은 걸까
엘비스 프레슬리, 지난 8일 탄생 89주년 맞았다 오는 11월 AI 콘서트 ‘엘비스 레볼루션’ 개최, 정말 괜찮은 흐름일까
(MHN스포츠 김태훈 인턴기자) 지난 8일로 탄생 89주년이 된 엘비스 프레슬리가 AI로 되살아나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4일 영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레이어드 리얼리티(Layered Reality)가 AI 콘서트 '엘비스 레볼루션(Elvis Revolution)'를 오는 11월 개최한다고 전했다. 해당 기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 수천 장과 비디오를 AI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공연 형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이어드 리얼리티의 CEO 앤드류 맥기니스(Andrew McGuinness)는 각종 외신을 통해 '모든 관객이 세트에 발을 딛는 순간,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AI를 통해 고인이 된 음악가들의 목소리를 복원함으로써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도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지난 2023년 11월, 비틀즈(The Beatles)가 존 레논(John Lennon)의 목소리를 AI로 추출해 미공개 곡 'Now and Then'을 내놓으며 전 세계 비틀즈 팬들을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동시에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비록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링고 스타(Ringo Starr)의 협업으로 만든 곡이라고는 하나, 정작 고인이기에 직접 입장을 표명할 수 없는 존 레논(John Lennon)과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동의도 없이 두 사람을 강제로 부활시켰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일 뿐이다. 저작권과 초상권을 획득해 만든 이상 법적인 문제는 없다.
국내에서도 여러 시도가 있었다. 2020년 Mnet 'AI 프로젝트 다시 한번'에서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룹 거북이의 터틀맨과 김현식의 목소리를 추출하고 홀로그램을 통해 그들을 다시 한번 무대에 세우며 그들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같은 해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딸을 VR로 다시 만나게 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뤄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 2023년 7월 국방홍보원에서는 2007년 요격 훈련 중 사고로 순직한 박인철 소령을 AI로 재현해 가족과 만남을 이룬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공개 당시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 이선미 중령은 "박 소령의 순직은 20년이 지나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었다"며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기에 AI 복원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들은 AI 기술의 상업적 전망이나 기술의 신비함보다는 '고인을 재회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치유'라는 휴머니즘을 더 조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AI 부활'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AI로 되살아난 고인의 모습은 놀랍도록 그 당시와 흡사하며 행동과 말투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일반 사람과 달리 늙지 않고 계속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고인과의 재회로 얻는 감동과 기쁨, 치유 등을 강조한다 해도 그 안에 고인의 입장은 없으며, 고인을 만나는 인물의 니즈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이었다면 나이를 먹으면서 신체도 성격도 달라졌을 고인의 모습을 타인이 원하는 모습만으로 박제한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일각에서는 AI로 고인과 재회하는 것은 치유가 아닌 '복합성 애도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애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인의 AI가 곁에 있는 동안에는 그 인물에 대한 추모도 계속되며, 이는 오히려 과거에 계속 머무는 행위가 된다.
정서적으로 취약해진 인물이 AI를 통해 그 마음이 해소되면서 기술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커지고, 이는 집착과 고립을 유발한다. 해당 업계 관계자들은 적절하고 주의 깊은 심리 치료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되는 고인 AI 기술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당장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AI로 만든 자기 모습을 봤을 때 불쾌감을 나타내는 사례는 적지 않다. '영국의 국보'로 불리는 배우 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는 지난 9월 한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음성이 나레이션으로 쓰인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것은 사실 그의 인기작인 '해리포터 오디오북' 7권을 AI에 학습시켜 무단 복제한 영상이었다. 그는 "나의 음성이 이렇게 사용되는 줄 몰랐다"고 밝히며 "이러다 나의 목소리가 포르노나 테러에 쓰일까 무섭다"며 우려를 표했다.
최근 유튜브에서도 유명인의 음성을 학습시켜 노래를 부르게 하는 AI 커버 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대부분은 무단복제지만, 이 사실을 알고 영상을 확인한 복제된 당사자들은 이를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여겨 적당히 재밌어 하고 눈감아주는 편이다.
영상 제작자들도 이러한 AI 커버가 법적 문제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대개 잘 알고 있기에 선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 법안 논의를 미룰 순 없는 노릇이다. 스티븐 프라이가 걱정하듯, 누군가는 선을 심하게 넘기 때문이다.
초상권, 음성 저작권 등에 관한 논의를 세계적으로 잘 규정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난 2023년 5월부터 약 5개월간 이어진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의 파업 원인 중 하나는 AI였다.
당시 영화 제작사들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본을 작성하고, 단역이나 엑스트라 배우들을 AI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작가와 배우 측 모두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오로지 목소리만 추출하면 되기에 제작사 입장에서 대체가 가장 쉬운 성우들의 반감은 특히 거셌다.
긴 파업의 결과, AI 사용과 관련하여 제작사와 협상을 이뤘으나 조합 측 역시 기술 발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작가들은 '작가들이 동의할 때에만 AI의 도움을 받아 각본을 집피할 수 있다'라는 조건을 걸게 되었다. 배우들은 그보다 한발 더 물러선 'AI 스캔된 단역 배우들의 이미지를 사용할 때마다 로열티를 지급' 조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11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람들 곁에 돌아온다. 콘서트를 기획한 회사 레이어드 리얼리티와 엘비스 프레슬리 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저 초상권을 획득한 회사일 뿐이다. AI 콘서트 '엘비스 레볼루션'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쁨과 아련함을, 신세대에게는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8일부로 89세가 된 엘비스 프레슬리는 일면식도 없는 회사에 의해 전성기 모습 그대로 대중 앞에서 다시 춤을 추게 되었다. 과연 그를 2024년의 진정한 엘비스 프레슬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를 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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