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현대건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현대건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여자부 리그가 또 다시 챔프전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봄배구의 꿈을 접었다.

지난 21일, 한국배구연맹(이하 KOVO)은 "오늘(21일)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추가 확진선수가 발생함에 따라 리그 정상 운영기준인 12명 선수 엔트리 조건을 두 팀이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그 중단기간이 총 36일에 달해 결국 정규리그가 막을 내리고 말았다.

KOVO의 코로나19 대응 규정상 리그 중단기간이 28일을 초과할 시 리그를 조기 종료해야한다. 이에 따라 KOVO와 여자부 각 구단 감독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어제 치른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여자부리그 마지막이 되었다. 뜨거웠던 인기와 이번 시즌 일어난 각종 이슈에 비하면 허무할 정도로 급하게 막을 내린 정규리그가 되었다. 경기 직후 GS칼텍스 강소휘는 "모마와 울다왔다"며 아쉬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 자체는 승리로 끝냈지만 시원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은 마지막 경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자부 시즌 종료로 가장 가슴을 치고있을 팀은 다름아닌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5라운드 종료 기준 최종 성적 28승3패, 승점 82점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끝냈다. 통합우승 도전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20시즌에도 리그 1위를 달리다가 코로나19의 창궐로 시즌이 조기종료됐다. 의욕은 절반으로 꺾였고 선수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악재를 딛고 재개한 2020-21시즌, 현대건설은 11승19패, 승점 34점의 기록으로 6개 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경기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현대건설 선수들이 경기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현대건설 이다현이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속공을 시도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현대건설 이다현이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속공을 시도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필승을 향한 재도약을 각오했다. 감독과 코치진의 교체도 한 차례 거행됐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전례없는 승리의 가도를 달렸다. 라운드가 지나갈수록 매 경기가 빅매치가 되었다. 올 시즌 두 번째 10연승, 최다 연승 타이, V-리그 최다 승점, 최다 승률 등 각종 숫자가 기록이 되었다.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봄배구에 발을 딛기도 전에 코로나19 악재가 또 다시 시즌을 오염시켰다. 가장 우려했던 선수단 집단 감염이 각 구단을 덮쳤다. 2019-20시즌에도 챔프전을 눈 앞에 두고 허무하게 시즌을 끝냈고, 2020-21시즌을 꼴찌로 끝냈으니 어느 팀보다도 우승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승이 간절한 팀치고 코로나19에 너무 부주의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지난 달, 14연승 타이 기록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를 순연시킨 일이 도마에 올랐다. 주전선수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이다. 그러나 백업선수를 포함하면 총 16명의 선수가 남았다. KOVO가 규정한 12명 최소 엔트리를 충족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경기 순연을 요청했고 KOVO는 이를 받아들였다. 규정이 깨진 것이다. 경기 당일 급하게 취소공지가 떴다. 

결국 바라던 연승 대기록은 달성했지만, 이는 4일간 3경기를 치르는 전례없는 '부메랑 스케줄'로 되돌아왔다. 주전선수들의 체력은 한계에 달했다. 

현대건설이 2021-22시즌 정규리그 15연승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현대건설이 2021-22시즌 정규리그 15연승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경기를 치르고 있는 현대건설 야스민ⓒ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경기를 치르고 있는 현대건설 야스민ⓒ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 밖에도 코로나19로 경기가 순연되는 긴급상황에도 일부 선수의 지인, 가족 등이 코트로 내려와 사진을 찍고 선수들과 접촉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었다. 이미 같은 달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에서 확진자가 크게 번지며 리그가 한번 중단된 바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현대건설은 지난 4일, GS칼텍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12명 대거 확진으로 경기 순연을 알린다. 이후 GS칼텍스에서도 역대급 확진자가 나오며 리그는 2차 브레이크에 돌입한다. 

이때 이미 리그 중단 일수가 포스트시즌 취소 기준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KOVO는 규정까지 깨며 포스트시즌 축소 강행을 알렸다. 여자배구의 인기와 팬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명목이 붙었다. 이 때 고무줄 규정에 대한 여론, 언론의 비판이 가해졌다.

그리고 3번째 집단 확진이 겨우 재개된 리그를 또 다시 덮쳤다. 비판에 직면했던 KOVO로서는 더 이상의 '예외규정'을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각 구단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도 절정에 달했다.

이로서 여자부 정규리그는 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상위 3팀이 허탈함에 고개를 숙였다. 그 중 현대건설의 실망은 절정에 달했다.

우승컵을 눈 앞에 두고 또 다시 허무하게 발길을 돌렸다. 다음 2022-23시즌, 투지가 두 배로 불어날지, 반으로 꺾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FA시장이 풀리며 팀의 기둥인 양효진과 고예림의 다음 행보에도 눈이 몰린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배구판에서 물러날지, '적과의 동거'로 전환될지도 미지수다.

아쉬움만으로 강행되었던 고무줄 규정이 되려 발목을 잡은 이번 시즌이다. 정말로 아쉽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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