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감독대행 김사니 코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지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감독대행 김사니 코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흙탕물이 점점 늪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3-0(25-21, 25-18, 27-25)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그토록 승리를 고대하던 팬들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은 분노와 혼란 속에 묻혔다.

심지어,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되기 무섭게 '경기의 결' 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고참 선수들의 지난 경기 태업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한바탕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당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태업은 말도 안된다" 며 손사래를 쳤고, IBK기업은행 서남원 전 감독 또한 "이번 시즌 초반에는 태업은 없었다, 그런건 느끼지 못했다" 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그간 드러난 정황으로만 되짚을 뿐이다. 진실은 선수들만이 알고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은행에 남은 것은 아직까지 해결이 안된 조송화의 임의해지 여부와, 서 전 감독의 잔여연봉 문제다. 

사진=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조송화는 지난 해 FA자격으로 연봉 2억 5천(옵션 2천만원)에 기업은행과 계약했다. 도합 2억7천만원에 해당하는 연봉으로 세터로서는 A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항명 파동 이후 조송화의 대처는 결코 A급 선수라고 볼 수 없었다. 

서 전 감독과 불화를 일으킨 뒤 숙소 이탈 사건이 두 번이나 벌어졌다. 그 뒤 은퇴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현재, 구단과의 진흙탕 싸움은 한동안 불가피해보인다.

기업은행은 조송화와 함께 이탈했던 김사니 코치는 '감독이 없다' 는 이유로 감독대행에 앉혔지만, 여론 악화로 인해 조송화까지 끌어안지는 못했다. 

그러나 조송화는 서 전 감독이 구단을 떠나기 무섭게 복귀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바라는 '임의해지 서류' 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좌), 감독대행 승격 뒤 인터뷰하는 김사니 코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좌), 감독대행 승격 뒤 인터뷰하는 김사니 코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자숙 발표 후 팀에 복귀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자충수다. 국책은행의 이미지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싶은게 아니라면, 조송화의 복귀는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벼랑 끝까지 몰린 기업은행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다. 계약해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임의해지가 아니라 계약해지를 할 경우 남은 연봉을 조송화에게 모두 지급해야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7개월 분 연봉에 해당하는 1억 4천500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가는 셈이다. 

다만, 현재 이미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구단 측에서 조송화에게 손해배상 청구 혹은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이 경우, 조송화는 FA 보상금을 포함해 연봉보다 훨씬 큰 금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한다. 기업은행이 만일 조송화 복귀에 의지가 전혀 없다면, 이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 IBK기업은행 서남원 전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편, 경질당한 서남원 전 감독과도 잔여연봉 지급에 잡음이 생길 조짐이다. 당초 서 전 감독은 내년 4월까지 잔여연봉을 받기로 했다. 그마저도 본디 12월까지만 받기로 한 것을, 서 전 감독의 항의로 4월까지 늘렸다.

그러나 구단의 처사를 비판하는 서 전 감독의 인터뷰가 나가자 말이 바뀌었다. 지난 24일, MBC 보도를 통해 잔여연봉 지급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에 대해 구단은 '선수 관리 소홀 및 성적 부진은 계약해지의 사유가 된다' 는 계약서 내용을 근거 삼았다. 

통상적으로 구단이 감독을 경질할 경우,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잔여연봉을 지급한다. 서남원 전 감독은 기업은행과 당초 2년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서 전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12월부터 4월까지 지급안이 멋대로 변경되었다. 그러다 부정적인 인터뷰가 나가자 철회의 뜻을 내비췄다. 국책은행답지 않은 아쉽고 답답한 고무줄식 행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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