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시즌 첫 3-0 완승을 거둔 날
경기전 김사니 대행 “서남원 감독 폭언·모욕 있었다”
경기후 주요 선수들 “불편한 상황 있었던 것은 사실”
서남원 전 감독 “제가 무능하고 나쁜 사람 인가요?”

김사니 IBK 감독대행(오른쪽)이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 기업은행 알토스의 1세트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김사니 IBK 감독대행(오른쪽)이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 기업은행 알토스의 1세트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제가 그렇게 무능하고 나쁜 사람인가요?”(서남원 IBK 기업은행 전 감독)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맞아 시즌 처음으로 3-0 완승을 거둔 날 기업은행 김사니(40) 감독 대행과 베테랑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소감보다 서남원 감독에 대한 폭로와 폭언을 증언하며 ‘나쁜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동안 부진에서 탈출하며 완승을 거둔 것보다 ‘선수들과 코치가 감독을 쫓아냈다’는 세간의 의혹을 잠재우고 김사니 체제에 대한 불가피성을 항변하는 것 같았다. 

마치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가 서 전 감독이라고 항변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이날 김사니 대행과 선참 선수들은 그동안 자신들 만의 ‘원팀’의 호흡을 맞춰 온 것처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완승을 이끌었지만, 경기 전에는 김사니 대행이, 경기후에는 주요 선수들이 이견 없이 서남원 전 감독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김사니 대행은 지난 13일 훈련 과정에서 서남원 감독이 자신에게 먼저 나가라고 했고 이 과정에서 폭언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김수지는 "우리가 느끼기에도 많이 불편한 자리였다"며 "편을 든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있었고 선수들이 그걸 지켜보고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업은행은 언제 부진했나 싶을 정도로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15득점)을 비롯해서  김주향(14득점), 표승주(14득점), 김희진(11득점), 김수지(6득점)등이 고비마다 투혼을 불사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혼란한 팀 분위기와 전혀 다른 팀처럼 승리를 거둔 IBK기업은행의 주요 선수들은 서 감독에 대한 불만으로 태업성 플레이로 일관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김수지는 "선수들이 '재작년부터 태업했다, 훈련에 불성실했다'는 말들이 있는데 내 생각에 훈련에 반기를 들어 훈련에 참석을 안 했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희진도 "일일이 얘기하면 팀에 먹칠하는 것밖에 안 되지만 태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며 "태업하는 선수가 어떻게 근육이 찢어진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겠느냐. 태업이라는 단어는 저희와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남원 전 IBK기업은행 감독은 “제가 그렇게 무능하고 나쁜 사람인가요?”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한국배구연맹 KOVO 제공] 
서남원 전 IBK기업은행 감독은 “제가 그렇게 무능하고 나쁜 사람인가요?”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한국배구연맹 KOVO 제공] 

서남원 전 감독은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남원 감독은 23일 "(기업은행에서 경질된 21일부터) 사흘 동안 나에 관해 부정적인 얘기만 들리더라. 허망하게 팀을 떠난 것도 속상한데 나는 정말 무능하고 나쁜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팀이 이렇게 됐으니, 당연히 감독이었던 내 잘못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훈련 방식을 가진 데다 선수 관리까지 못 하는 감독'으로 낙인찍히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주전세터 조송화 선수와 김사니 감독대행의 팀 이탈로 시작된 IBK기업은행의 혼란은 팀을 넘어 배구판 전체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부 언론이나 팬들의 비판처럼 아마추어보다 못한 프로팀 운영을 할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프로구단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인 팀 승리보다 ‘서남원 전 감독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기’가 왜 그리 중요했는지 팬들은 의아할 뿐이다.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잘린 사람에게 돌리려는 동업자 의식도 없는 비겁한 행위”라는 커뮤니티의 댓글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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