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논란' 심석희, 동료와 분리 조치…월드컵 출전 불발
빙상연맹 "대표팀 훈련 제외·월드컵 1~4차 대회 출전 보류"
심석희 욕설에 "미성숙한 모습 반성…고의 충돌 사실 아냐"

쇼트트랙 최민정(왼쪽)과 심석희가 지난 2017년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쇼트트랙 4차대회에서 경쟁하고 있다. [MHN스포츠 목동, 임형식기자] 
쇼트트랙 최민정(왼쪽)과 심석희가 지난 2017년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쇼트트랙 4차대회에서 경쟁하고 있다. [MHN스포츠 목동, 임형식기자]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특히 기사를 접하고 충격받았을 김아랑과 최민정, 코치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가 동료인 김아랑(26·고양시청)과 최민정(23·성남시청) 등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를 대표팀 훈련에서 제외하는 분리 조치를 했다.

빙상연맹은 국가대표 동료를 비하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도중 고의로 충돌을 시도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를 대표팀에서 분리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심석희를 포함한 대표팀 선수 및 코치들과 협의를 통해 지금 분위기에서 함께 훈련하는 게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분리 조치로 심석희가 진천선수촌에서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음 주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가 시작된다"라며 "심석희가 월드컵 시리즈에 나서기도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빙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도 이날 회의를 열어 심석희에 대해 ▲ 대표팀 강화 훈련 제외 ▲ 월드컵 시리즈 1~4차 대회 출전 보류 ▲ 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고의 충돌 논란' 조사 등을 결정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오는 21∼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참가를 위해 17일 출국할 예정이다. 월드컵 시리즈 성적을 바탕으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종목별 쿼터가 배정된다.

월드컵에서는 개인 종목뿐만 아니라 단체전(계주) 종목도 열리는 만큼 지금 분위기에서 심석희가 동료와 함께 경기를 뛰기 어렵다고 보고 심석희를 명단에서 제외했다.

빙상연맹은 올림픽을 대비해 대표팀 정상화가 필수인 만큼 조속하게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심석희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측이 법정에 제출했던 '변호인 의견서' 내용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씨는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10년 6월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항소심에서 형량이 가중돼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변호인 의견서'에는 심석희와 국가대표팀 A 코치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적인 문자 메시지들이 담겼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동료들에 대한 욕설 논란에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를 대표팀 훈련에서 제외하는 분리 조치를 했다. 사진은 지난 5일 '2021-2022시즌 쇼트트랙 1차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 500m 결승 경기에서 심석희가 선두로 코너를 질주하고 있다. [MHN스포츠 태릉, 성대우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동료들에 대한 욕설 논란에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를 대표팀 훈련에서 제외하는 분리 조치를 했다. 사진은 지난 5일 '2021-2022시즌 쇼트트랙 1차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 500m 결승 경기에서 심석희가 선두로 코너를 질주하고 있다. [MHN스포츠 태릉, 성대우 기자]

당시 메시지에는 함께 출전한 김아랑, 최민정에 대해 "개XX 인성 나왔다", "김아랑 최민정 연기하는거 토나와" 등의 충격적인 욕설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욕설 뿐만 아니라, 최민정에 대해서는 "하다가 아닌 것 같으면 여자 브래드버리 만들어야지"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호주의 쇼트트랙 선수다.

결승 당시 그는 마지막 바퀴를 돌 때까지 선두 그룹에 한참 뒤처져 있었지만, 앞서 달리던 안현수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등 4명이 한데 엉켜 넘어지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2월 22일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는 심석희와 최민정의 충돌이 있었다.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이 외곽으로 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앞서 달리던 심석희와 코너 부근에서 엉켜 미끄러져 넘어졌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처리됐고, 최민정은 4위로 밀려 두 선수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여자 브래드버리를 만들겠다"는 말은 고의 충돌을 의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브래드버리는 결국 금메달을 따낸 선수인 만큼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 고의성 여부가 확인된 것도 아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 일단 조사위원회를 꾸린 뒤에 어떤 내용을 조사할지 그 범위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심석희는 최민정과 고의 충돌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심석희는 "기사에서 브래드버리를 언급하며 올림픽 경기 때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올림픽 결승에서 일부러 넘어진다거나 이 과정에서 다른 선수를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와 최민정은 모두 아웃코스를 통해 상대를 추월하고 막판 스퍼트를 내는 방식을 주특기로 사용한다. 해당 경기에서도 각자의 특기를 활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겨 넘어진 것은 두 선수 모두에게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의로 최민정을 넘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추후 진상조사 등이 이뤄져 많은 분의 오해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다른 선수들을 향한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점은 현재까지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사를 읽고 선수들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쇼트트랙에 관심을 주시고 응원해주신 국민과 선수, 관계자분들이 충격받으셨을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과거의 미성숙한 태도를 뉘우치고, 깊은 반성과 자숙을 통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