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과테말라의 마얀볼 경기 장면, triptipe
사진= 과테말라의 마얀볼 경기 장면, triptipe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앞서 1편에서 소개한 이색 스포츠에서는 공이 불타고, 개가 서핑을 하고, 염소가 계주에서 달렸다. 그러나 아직도 '스포츠' 라는 타이틀 아래 펼쳐지는 이색찬란한 명장면들은 너무나 많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발견되는 순간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스포츠가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활용할 수 있는 주변의 모든 동물과 사물, 환경, 손과 발을 이용해 스포츠가 줄 수 있는 다양한 스릴을 추구한다. 

설령 그것이 소중한 핸드폰일지라도 말이다. 

사진= 지난 2008년 '핸드폰던지기' 월드 챔피언쉽에 참가한 참가자, HOBIinternational 트위터 계정
사진= 지난 2008년 '핸드폰던지기' 월드 챔피언쉽에 참가한 참가자, HOBIinternational 트위터 계정

▲ '문명과의 이별', 핀란드, 휴대폰 멀리 던지기 대회

휴대폰이 발명된 이래 인류는 땅바닥만 쳐다보며 걷게 되었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은 현대 인류에게 단순화된 지능과, 세상과의 단절을 선사했다. 핸드폰과 일체가 되어 떨어지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폰딧불이(휴대폰+반딧불이)' 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3G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에는 '2G폰으로 돌아가기' 가 유행했으며, 심지어 삐삐와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핀란드 사람들은 이를 재빨리 스포츠로 만들었다. 지난 2000년, 핀란드의 사본린나 마을에서 처음 시작된 '휴대폰 멀리 던지기' 는 나름대로 심오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휴대전화 때문에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니 불편한 문명의 이기로부터 해방되자' 는 것이다. 

우습고 독특해보이지만 나름대로 규칙도 있고 종목별 세분화도 되어있는 엄연한 스포츠다. 대회 조직위가 엄격하고 진지하게 정한 룰에 따르면, 경계선을 넘어서도 안되고 던진 휴대폰이 표적지 안에 정확히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한다. 

한편, 참가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커플끼리 참가할 수 있는 단체전과 코스튬플레이 등 색다른 컨셉으로 던지면 예술 가산점을 주는 프리스타일도 있으며, 심지어 국가별 예선전과 함께 유럽 챔피언스 리그도 존재한다.   

물론 자신의 고가 휴대폰을 던지는 것은 아니고, 전 경기 모두 대회측이 준비한 고물 휴대폰을 이용한다. 

사진= 키르기스스탄의 국가 공인 스포츠인 에르 에니시, Worldnomad
사진= 키르기스스탄의 국가 공인 스포츠인 에르 에니시, Worldnomad

▲'내가 이기면 다 네 덕분', 키르기스스탄, 에르 에니시(승마 레슬링)

개와 염소에 이어, 말 역시도 자신의 역할을 달리기로 한정짓지 않는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말을 탄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경기를 치른다. 승마지만 승마가 아니다. 말을 탄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윽하게 노려본다. 바로 '에르 에니시(Er-Enish)' 라고 불리는 키르기스스탄 전통 승마 레슬링이다. 

과거에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행해지던 훈련이었다. 때문에 어느정도 잔혹한 기술까지 허용되었으나 현재는 그럴 필요가 사라지며 건전한 국가 공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말에 탄 채 손을 이용해 서로를 밀거나 잡아당겨 땅에 넘어뜨리는 것이 기본적인 경기 규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종목은 사실 사람보다 말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기수를 상대편에게 밀어주고, 빠질땐 빠져야 한다. 상대편 말을 보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데다 인내심 있고 영리한 말만이 기수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경기는 총 6분동안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승마이기 때문에 말을 이용한 공격도 가능하다. 말에게 발차기를 시킬수도 있고 밀어붙일 수도 있다. 다만 남용하면 오히려 감점요소가 된다. 

사진= 핀란드에서 열리는 '아내 업고 달리기' 경기 출전자, triorium 
사진= 핀란드에서 열리는 '아내 업고 달리기' 경기 출전자, triorium 

▲ '떨어뜨리면 알아서 해!' 핀란드, 아내 업고 달리기

이번에도 핀란드다. 재밌어보이는 대회는 모조리 핀란드에서 다 열린다. '정말 이런 대회가 있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있다. 심지어 최근 2019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월드 챔피언쉽까지 열린 국제대회다. 

'아내업고 달리기(Wife-Carrying)'는 무려 19세기에 탄생한 스포츠지만 유래는 약간 불미스럽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헤르코 론카이넨이라는 남자가 가까운 마을에서 여성을 납치해 자신의 아내로 삼은 사건에서 유래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내를 업고 달린다' 가 규칙이지만, 이제는 여성이라면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가 출전 가능하다. 아내는 물론이고 여자친구, 그냥 친구, 학교 동창, 어머니, 딸, 여동생, 누나, 조카, 심지어 지나가던 행인과도 뜻만 맞으면 파트너를 이루어 출전할 수 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만 21세가 넘어야 한다. 출전 선수들은 자신의 여성 파트너를 목과 어깨에 둘러맨 채 진흙탕을 건너고 모래언덕에 도전한다.

핀란드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대회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열려 모든 남자들을 힘쓰게 만들었다. 북미에서 열리는 '아내 업고 달리기' 챔피언십은 우승자에게 아내의 몸무게의 5배에 달하는 맥주와, 똑같은 무게의 현금뭉치를 포상으로 내걸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남자들은 이 엄청난 포상을 얻기 위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달렸다.

이 대회의 지난 2020년 우승은 Lovebirds 팀의 올리비아, 제롬 롬 부부가 차지했다. 

사진=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라이트세이버 대결, audacy
사진=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라이트세이버 대결, audacy

▲ '다스베이더가 파리에', 2024 파리 올림픽, 광선검 펜싱

이제 이색 스포츠는 특정 나라, 마을, 민족만의 리그가 아니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별난 스포츠가 무대에 오른다. 

펜싱은 예로부터 올림픽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정식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하얀 경기복을 입은 선수들이 길쭉한 레이피어를 들고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이제 익숙하다. 그러나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은 조금 다르다. 바로 영화 '스타워즈(Star Wars)' 에 나오는 '라이트세이버(광선검)' 가 무대에 올라온다. 

규칙 또한 달라진다. 기존 앞뒤로만 뛰던 펜싱과는 달리 광선검 펜싱은 원형 경기장에서 치러지며, 플라스틱 소재에 LED를 삽입한 특수 검을 이용한다. 물론 플뢰레, 사브르 등 기존 정식 펜싱종목도 그대로 치르며 거기에 광선검 종목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묻는 현지 언론의 질문에, 세르주 오베이 프랑스 펜싱협회 사무처장은 "올림픽에 못 나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라며 태연하게 맞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또한, "요즘 사람들은 도대체 소파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운동시키려면 이런 흥미로운 스포츠가 필요하다"고 광선검 펜싱을 만든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제대회가 꼭 엄숙하고 진지해야만 한다는 룰을 쿨하게 격파한 것이다. 

사진= 지난 2016년 아티스틱 펜싱 세계 선수권 대회 참가자들, globalsport
사진= 지난 2016년 아티스틱 펜싱 세계 선수권 대회 참가자들, globalsport

이처럼 이색 스포츠는 비록 널리 알려지지도, 공식 종목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어딘가에선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달과 트로피를 놓고 진중하게 승부를 다투는 것만이 스포츠의 전부는 아니다. 승리도 좋지만, 승리와 형식에만 집착하는 형태의 스포츠가 조성된다면 그 순간부터 체육은 전투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물론 스포츠의 기본적인 취지는 경쟁과 승부가 맞다. 상대가 있어야 아군이 있으며, 순위가 있고 쟁취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운동이다. 참가자의 건강 증진과 유희, 오락성이 이에 앞서야 한다. 한 마디로 모두가 우선 즐겨야 한다. 선수와 관중이 모두 한바탕 웃고 응원하고 어울려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참된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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