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연합뉴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언론은 현재 혜성같이 나타난 두 탁구선수의 이름으로 연일 빛나고 있다.

하나는 도쿄올림픽에서 룩셈부르크의 58세 노장 니샤렌을 꺾으며 패기와 기량을 충분히 입증한 '탁구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이다. 그러나 신유빈을 가리켜 아직 실력의 정점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한국 여자탁구계는 현재 '날개' 와 '어깨' 를 보유중이다. 연일 힘차게 발돋움을 하며 자라나는 '날개' 로 신유빈이 있다면, 여자탁구팀을 지지하는 강한 '어깨' 로는 연륜과 경험이 풍부하고 강력한 실력을 가진 리더급 선수가 꼽혀야한다. 

'탁구얼짱' 으로 불렸던 2010년대 주전 서효원 등 세계권 실력을 가진 선수도 여기 포함되지만, 현재 신유빈과 함께 '신-구 에이스' 로 묶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선수가 있다. 귀화 탁구선수 전지희(포스코에너지)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전지희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전지희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톈민웨이, 한국명 전민희(田旻煒)는 1992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태어났다. 톈민웨이가 탁구채를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에서 탁구 코치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도 자연스럽게 7살때부터 탁구채를 쥐었고, 만 15세때는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며 중국 차세대 간판선수로 떠올랐다. 지난 2007년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준수한 실력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이었다면 대번에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될 실력은, 탁구 대강국인 중국에서는 택도 없었다. 중국에서는 등록 선수만 3천만명이 넘는 추세다. 한국 총 국민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톈민웨이는 더 큰 물을 위해 밖으로 눈을 돌렸다. 톈민웨이의 눈에 든 것은 한국이었다. 마침 한국의 김형석 감독도 실력이 뛰어난 톈민웨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지난 2011년, 톈민웨이는 김형석 감독의 권유에 따라 한국 이름인 '전지희' 로 새롭게 개명하고 한국 귀화시험을 통과했다. 김 감독은 전지희를 키우기 위해 연간 10개가 넘는 오픈대회에 출전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게 해주었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연합뉴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연합뉴스

그 후 전지희는 물 만난 고기처럼 탁구코트를 누비며 한국 여자탁구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진가를 발휘했다. 김민석과 혼합복식전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이후로도 지난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혼복 금메달, 단체 동메달, 복식 동메달, 2017년 타이베이 단체, 혼복, 단식 금메달 3관왕을 달성하며 '메달 콜렉터' 의 위엄을 선보였다.  

또한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전에서 일본의 가토 미유를 상대로 놀라운 역전극을 펼쳤다. 1-3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불꽃같이 치고 올라와 4-3으로 가토를 꺾고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19년에 열린 'T2다이아몬드 리그' 에서는 '테이블 반란' 을 일으켰다. 중국 최강자이자 세계랭킹 1위인 천멍을 풀세트 접전 끝에 4-3으로 물리친 것이다. 세계 정상급 16명이 몰려온 대회에서 1위 천멍을 꺾은 것은 그야말로 탁구계 한 획을 긋는 요동이었다. 

심지어 전지희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준결승에서 천멍에게 패배했었기 때문에 시원한 설욕은 덤이었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전지희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전지희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비록 메달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단체전 전승을 이끌며 여자 탁구팀 리더 노릇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올림픽을 치르던 도중 때 아닌 '성형 논란' 에 휩싸였지만, "77만원 주고 쌍커풀 수술했다, 하하, 내가 행복하면 그만" 이라는 시원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 순식간에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도 했다. 

그렇게 지나간 도쿄올림픽 '노 메달' 의 아쉬움은 잠시였다. 메이저대회 무관으로 절치부심한 전지희는 지난 5일, 카타르 루사일에서 열린 '2021 도하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에서 단체전 은메달과 혼복 은메달을 하나씩 가져왔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더 큰 수확이 그를 기다렸다. 전지희는 신유빈과 손을 잡고 복식전에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무려 21년만에 아시아선수권 복식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가져오는 쾌거를 올렸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좌)-전지희, 연합뉴스
사진=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좌)-전지희, 연합뉴스

한동안 한국 여자탁구계는 '수준이 내려갔다', '주전선수들이 맥을 못 춘다' 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침체기에 시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2020 도쿄 올림픽과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거대한 존재감을 알린 전지희는, 이후로도 한국 여자탁구계의 큰 언니로 후배들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그는 연습 경기를 할 때도, 실전 대회를 치를 때도 후배들에게 호락호락 져주지 않는다. 탁구계를 더 크게, 더 강하게 키워내기 위해서다. 

"나도 언니들과 부딪히며 컸다, 내가 져주지 않는게 유빈이를 위한 길" 이라며 탁구에 대한 진심과 깊은 내공을 보여준 전지희는, 이제 진정으로 태극마크를 빛낸 한국 여자 탁구팀의 '어깨'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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