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보다 심한 프리킥' 그 비결은?
이기제존에 걸리면 사실상 PK찬스
'철인' 이기제, 남은 경기서도 FK골 기대

지난 5월 광주전 프리킥골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이기제 선수
지난 5월 광주전 프리킥골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이기제 선수

(MHN스포츠 노만영 기자) K리그1 31라운드 MVP에 선정된 이기제의 명품 프리킥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수원삼성의 이기제가 '하나원큐 K리그 2021' 3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올 시즌 '미친 왼발'로 불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이기제는 날카로운 왼발킥과 공수를 오가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원삼성의 왼쪽 측면을 책임지고 있다. 상반기 수원 돌풍에는 이기제의 왼발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A대표팀까지 승선했다.

최근 수원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이기제 역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또 한번 환상적인 프리킥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 21일 강원FC전에서 패널티아크 정면 프리킥 상황에서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강원전 프리킥 득점 이후 이기제 선수

지난 4월 성남전, 지난 5월 광주전에 이어 올 시즌 이기제가 기록한 3번째 프리킥골이었다. 그의 프리킥은 K리그의 전설적인 왼발키커이자 팀 선배 염기훈마저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

휘어져 들어가는 궤적에 강원의 이범수 골키퍼 역시 선 채로 실점을 허용했다. 올 시즌 이기제를 설명하는 장면이 데자뷰처럼 재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골키퍼들은 그의 프리킥에 얼음처럼 얼어버리는 것일까?

이기제의 왼발 프리킥은 수비벽을 통과한 뒤 오른쪽으로 강하게 휘어져 들어간다. 이 때문에 골키퍼 시점에선 수비벽에 가려졌던 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수원의 동료 선수들이 수비벽 사이 공간까지 완전히 차단한 탓에 다이빙 뜨는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5월 전북전 당시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기록한 이기제 선수. 상당한 거리에서도 총알같이 날아가던 슈팅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5월 전북전 당시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기록한 이기제 선수. 상당한 거리에서도 총알같이 날아가던 슈팅이 인상적이었다.

강한 발목힘은 프리킥의 위력을 더해주고 있다. 킥에 힘이 제대로 실리면서 볼 끝이 드롭성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골키퍼 입장에선 눈 뜬 채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기제에 극적인 프리킥골을 헌납한 광주 윤보상 골키퍼는 댓글을 통해 '이기제의 프리킥은 제라드보다 더 심하다'며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기제의 프리킥 장면 전에는 항상 긴 머리의 선수가 등장한다. 바로 수원삼성의 김태환 선수다. 놀랍게도 이기제의 프리킥골은 모두 김태환의 파울에서 시작됐다. 보기에 따라 애매한 판정의 파울부터 치열한 헤딩 경합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울을 이끌어내는 김태환은 이기제의 든든한 조력자다.

성남전 프리킥골 이후 김태환(좌), 헨리(우)와 기쁨을 나누는 이기제 선수
성남전 프리킥골 이후 김태환(좌), 헨리(우)와 기쁨을 나누는 이기제 선수

이기제와 함께 수원의 좌우 측면을 담당했던 김태환이 최근 공격적인 위치에 기용되면서 일명 '이기제존'에서의 세트피스 찬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이기제의 프리킥이 높은 정확성을 자랑하는만큼 수원을 상대하는 팀들은 패널티박스 안은 물론이고 박스 부근에서의 수비 상황까지 신경써야하는 까다로운 상황에 놓였다.

올 시즌 리그 유일의 전 경기 출장 필드플레이어로 높은 내구성까지 자랑하고 있는 이기제가 남은 경기에서도 환상적인 프리킥골을 기록할 수 있을지 K리그팬들의 시선이 그의 왼발에 집중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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