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윤열ⓒ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이윤열ⓒ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성준 기자) 2편에 이어 현역 시절 최고의 명경기와 '천재 테란'이라는 별명에 대해 물어봤다.

- 2005년 당신은 골프왕 MSL 결승전 박태민과의 경기에서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의 약점을 이용하기 위해 메딕으로 길게 길을 막아서 수비하는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떠올렸었던 전략인가요?

보통 좁은 맵에서는 그렇게 많이 막긴 하는데 넓은 지역을 막은 것은 거의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 또 제가 새롭게 준비한 것이 디파일러에는 보통 이레디에이트를 거는데 EMP를 개발해서 사용했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진 거 같아요. EMP가 멋있는데 범위가 되게 좁아요. EMP가 마나가 100이나 드는데 그 마나를 이레디에이트로 바꿨다면 오히려 이겼을 것 같아요. 경기는 오히려 재밌었던 것 같아요. 안 나왔던 장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메딕 같은 경우에는 순간적으로 그 타이밍만 벌면 한 번 더 기회가 오겠다 싶어서 임시방편으로 썼어요. SK 테란 위주로 탱크를 생략하는 전략이다 보니까 한 번 메딕으로 홀드를 했어요.

사진=MBC 게임 / 메딕 38선
사진=MBC 게임 / 메딕 38선

그 장면에서 EMP도 날아가고 해서 좀 인상 깊었는지 e스포츠 팬들이 많이들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 과거부터 좁은 골목에서도 메딕 두 개랑 마린 놓고 배럭으로 가리는 플레이를 많이 써왔었어요. 순간적인 판단이었어요.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 갑자기 나왔었던 것 같습니다.

- 같은 대회 승자전 결승 박태민과의 경기에서 공식 경기 최초로 벌쳐 컨트롤을 보여주셨습니다. 미리 벌쳐 컨트롤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하고 시도한 전략이었나요?

그거는 사실 저도 좀 놀랐던 컨트롤입니다. 요즘은 'p 컨트롤'이라고 해서 간편하게 하는데 그때는 그냥 생으로 하는 손목 컨트롤이었어요. 당시는 p 컨이 없었거든요.

그거는 진짜 멀티태스킹이었어요. 그래서 어려웠고 또 당시에 히트가 됐던 이유가 한 화면 보면서 (벌쳐가) 안 죽는 게 진짜 어렵거든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많이 놀랐었는데 (당시에) p 컨이 아니어서 손목이 부러질 뻔했습니다. 일일이 컨트롤로 해야 돼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 별명 중에 '토네이도 테란'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토네이도 테란으로 유명한 경기가 소위 '50 게이트'로 유명한 2002 Reebok 배 KPGA 투어 2차 리그 8강 이재훈과의 경기입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겨우 역전을 이뤄냈는데 어떤 생각으로 게임을 했었나요?

사실 저도 그 경기 이길 거라고 생각은 안 하고 했어요. 저는 끝까지 포기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좀 게임 안에서 놀림도 당하는 경기가 많은데 그럼에도 그렇게 가끔 역전이 나오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거든요.

일단 하나하나 풀어가자고 생각했던 것 같고 당시 '업 테란'을 했었어요. 업그레이드를 중요시 생각 안 하던 시기였는데 제가 밀고 있었던 생각은 후반 가서 시즈 탱크로만 거의 200을 채우면 질 수가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팩토리에) 6 애드온 달고 벌쳐 좀 쓰다가 가스 쌓이면 다시 탱크 모으고... 그렇게 해서 벌쳐로 견제만 다니고 (탱크를) 쌓다가 쌓다가 (상대가 병력을) 다 소모했을 때 타이밍 잡아서 멀티 날리고 하나 먹고 이런 식으로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그때 제 나이가 제 기억에는 고3이었나 그때쯤이었을 거예요. 고3 아니면 20살 정도였어요. 그때는 MBC 게임에는 관중이 적은 경기장이었어요. 관중이 한 10분 관람할 수 있는 자리에 3명 있었어요. 표정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 경기를 이기니까 놀랍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셨는데 저도 사실 믿기지가 않았거든요.

'아 이게 역전이 되는구나' 정말 짜릿했고, 뭔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끝나고 나서도 스스로 어떻게 이겼지 계속 그랬죠. 재훈이 형 같은 경우에는 흑역사가 되는 경기였겠죠.

-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 2 결승전 오영종과의 5경기가 이윤열의 타이밍 러시의 상징이 되는 경기입니다. 극적인 요소도 많았던 결승전인데 개인적으로 어떤 결승전이었나요?

그때는 너무나 간절했었어요. 그리고 당시에 어머니랑 처음 제주도 여행 와서 그 자리에 모시고 결승을 플레이하는 상황이었어요. 밑바닥에서 다시 올라와서 결승을 맞이한 순간이잖아요. 그래서 전날에도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원래 컨디션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잠을 못 잤어요.

너무 긴장되고, 너무 간절했고. 제가 보통 결승전 하면 3:0으로 거의 많이 끝났었고 2:2 상황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2:2 상황 되니까 숨을 못 쉬는 정도로 긴장되더라고요. 호흡을 못하는 정도로. 긴장되더라도 할 건 하자라는 마음으로 5경기를 들어갔어요.

사진=OGN / 본진을 수색하는 마린
사진=OGN / 본진을 수색하는 마린

1경기에 똑같은 '타우 크로스'에서 제가 실수했던 게 프로브를 놓쳤어요. 본진에 프로브를 숨겨놔서 제 전략이 들통났었어요. 프로브가 한참 숨어있었어요. 그래서 5경기는 다시 보면 마린이 프로브가 나갔는데도 본진을 한 번 수색해요.

왜냐하면 타이밍이니까, 절대 들키면 안 되니까. 그리고 1경기와 다르게 스타포트를 쓰니까 이것은 걸리면 안 된다. 근데 의외로 오영종 선수가 놀랐지만 너무 드랍쉽 대처를 잘 한 거예요.

너무 잘 막는듯싶었지만 마지막에 한 방은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해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갔던 타이밍이었어요. 그리고 1경기에서는 제가 운영을 했었기 때문에 오영종 선수도 전략을 바꿨어요.

1경기는 아비터를 썼는데 5경기는 캐리어를 갔어요. 그래서 타이밍이 먹혔어요. 만약 아비터를 갔으면 똑같이 막혔을 것 같아요. 캐리어를 가면서 지상군이 발업도 늦었고 그런 부분에서 운도 좀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 아직도 이윤열 선수하면 회자되는 점이 바로 천재성입니다. 스타크래프트 1에서 천재성 하면 결코 빠지질 않는데 이윤열 선수 본인은 천재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가끔 연습실에서 제가 경기 전날에 자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선수들이 봤을 때는 연습 안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건 아니었어요. 저는 일단 첫 번째로 아침형 인간이라서 팀원들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에 연습을 해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다른 선수가 밤을 새우지 않는 이상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제가 제일 먼저 일어나고 항상 아침에 맑은 기운으로 연습을 했었어요.

두 번째로는 전략이 완성되면 똑같은 상대랑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을 제가 선호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만약에 전략을 하나 짜서 한 사람하고 계속 연습을 하면 상대가 제 전략에 맞춰지기 때문에 전략을 바꾸고 싶어져요.

저는 처음 정한 전략을 신뢰하는 편이고 처음 정할 때 그 상대에 대한 지금까지의 데이터와 분석을 생각해서 '아 이 전략이 먹히겠다' 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정했던 빌드가 바뀌는 것을 너무 싫어해요.

오히려 새로운 상대가 있다면 한 판씩 해보는 것이 실전 같다고 판단했었고 전략을 정한 뒤 손의 감각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디 나가서 놀다 와서 숙소에서 팀플이나 유즈맵을 하더라도 마우스를 잡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걸 보고 다른 선수들이 "어 팀플하고 있네?" 이렇게 된 거죠. 그거는 오해고 그런 부분에서는 연습이 됐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어요. 오해입니다.

사진=이윤열ⓒ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이윤열ⓒ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 그런데 천재성과 관련한 일화에서 결승전 직전에 술을 마시고 나가서 우승을 했다, 매일 '서든 어택'하고 노는데 한 번 본 빌드 그대로 사용하더니 대회에서 응용까지 하면서 우승을 한다는 일화가 퍼져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사실 서든 어택은 잘못한 것이 맞아요. 숙소 내에서 다른 게임을 하면 조금 방해되는데... 제가 워낙 FPS 게임을 좋아하고 뭔가 취미,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없잖아요. 보통 서든 어택이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그 당시에 좀 많이 좋아했어가지고 그 영향으로 예전에 '레인보우 식스 시즈'도 좋아했었어요.

KTF 시절에 카운터 스트라이크 팀이 있었어요. 자주 놀러 왔었어요. 놀러 와서 같이 카운터 스트라이크 하고 그래가지고... 그래서 좀 빠져들었던 것 같은데 이거는 약간 일탈 같은 개념으로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든 어택을 한 것은 잘못한 게 맞습니다.

그거 말고 (맥주) 먹고 한 것은 이벤트전이었지만 그것도 잘못됐고요. 전날 새벽까지 먹었던 적이 있는데 우승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경기 전에 자주 그런 건 아니고 가끔 한 번씩... 왜냐하면 프로게이머들이 일주일에 한 번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때는 술을 먹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참았잖아요.

놀 수도 없었고 바깥에 나가면 눈부시거든요.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햇빛이 들어오면 모니터가 밝아져서 햇빛을 차단하고 연습을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술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또 일화 중에 개인 세팅을 거의 안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시하지 않았던 건가요?

안 한건 아니고요. 저도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 패드 같은 경우는 한 번 쓰고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당시에 음이온 패드를 좋아했었어서 하루에 한 번씩 바꾸려고 몇 백 장 주문하려고 전화했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경기장 가서는 너무 오래 세팅하면 다른 선수 방해가 돼요. 그리고 아마 박태민 선수와 비교가 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은데 가끔은 진짜 일찍 들어간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저그로 가끔 손을 풀어서 마우스를 움직여 봤을 때, 드론 나눠보고 했을 때 감이 괜찮으면 오히려 들어가서 눈 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근데 손이 안 풀리면 저도 길게 한 적이 있습니다. 5분 정도 넘어가는 경우는 잘 없고요.

- 불리한 상황에서 GG를 잘 선언하지 않아서 관광 당한 경기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관광 당한 경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충분히 그런 경기를 많이 했었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랬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역전승 경기들이 있었어요.

이학주 선수와의 배틀 크루저 경기나 50 게이트 사건 이런 것들도 사실 포기해도 되는 상황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런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선수가 '왜 안 나가지?' 하는 생각에 그랬던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나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MHN 스포츠 통해서 스타크래프트 1 과거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름 추억 여행한 것 같고요. 그리고 많은 1세대 프로게이머 비롯해서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여러분들도 잘 즐겨 주시고 차후에 언젠간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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