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김종민 기자]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 역대 최고, 최강의 테란. 타 종족전 승률 70%을 넘는 유일한 선수. 전 종족전 승률이 60%를 넘는 세 선수 중 하나.

'최종병기', '역시 갓' 이영호다.

지난 20일 이영호가 오는 5월 6일 군 복무를 시작한다고 개인 방송에서 밝혔다.

여전히 ASL(아프리카 스타리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임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프로'지만,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했던 선수 시절의 화려함은 잊기 어렵다.

그의 명경기는 세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영호가 지는 경기가 더욱 명경기라는 여론도 있다. 그가 승리했던 경기를 중심으로 그의 커리어를 돌아보고자 한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 '앙팡 테러블'로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단숨에 스타덤에

이영호는 92년생으로, 인터뷰 등 발언에 따르면 2005년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단숨에 준프로게이머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7년 KT 구단 소속으로 데뷔한다.

데뷔 전부터 당시 주요 클랜에서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로, 신인으로 2007 다음 스타리그에 4강까지 진출했을 때는 만 15세인 소년이었다. 4강에서는 김준영에게 패하고, 3-4위 결정전에서 송병구에게 패했으나 곧바로 다음해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송병구를 제압하고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다.

이후 07년부터는 '택뱅리쌍', 09-10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리쌍'의 시대로 불린다.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서 '09 이제동'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사용되듯, '10 이영호'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당시 이영호의 기록은 주요 개인리그 3회 우승, 2회 준우승, 위너스 리그, 프로리그 우승, WCG 우승에 세 종족전 승률 80%로 케스파 랭킹 1위다.

당시의 이영호, 사진=OGN 영상 캡처

'최강 테란'의 계보를 임요환-이윤열-최연성이 잇는다고 하면, 이들의 단점을 보완해 이영호가 완성형 테란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임요환의 전략과 컨트롤, 이윤열의 타이밍과 센스, 최연성의 빌드와 최적화를 전부 계승했다는 것이다.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고 2016년 은퇴하게 된다. 은퇴 후, ASL에서 스타크래프트1로 4회 우승, 1회 준우승, 2회 3위를 기록하며 과거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 스타크래프트1, 이영호의 역대 종족전 별 명경기 PICK 3

-10-11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전, 7세트(써킷브레이커) vs 도재욱(SKT T1)

사진=OGN 영상 캡처

KT 롤스터의 에이스로서 팀의 우승을 명실상부 견인했던 시기다. 당시 KT는 시즌 초 좋지 못한 성적으로 출발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바닥부터 올라가야만 했다. 또, 이때는 SKT의 김택용이 '프로리그의 사나이'로 거듭났던 시기이며, 다승왕과 최다승,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다.

결승에서도 김택용, 정명훈을 앞세워 승리를 따냈던 SKT T1, 이영호가 도재욱을 상대로 승리하고, 김대엽이 6경기를 이기며 결국 에이스 결정전까지 간다. 에이스 결정전에는, 이영호에게 패배했던 도재욱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고 나왔고, KT에서는 역시 이영호가 나왔다.

경기에서는 양 선수가 모두 원 배럭 더블 커맨드과 원 게이트 더블 넥서스로 무난한 물량전을 예고한다. 테란과 프로토스가 트리플, 이후 스타팅 지역 멀티를 프로토스가 차지하면서 200싸움이 된 상황. 큰 전투에서 도재욱은 밀리게 되고, 결국 물량의 대가 도재욱을 상대로 이영호가 물량으로 승리를 가져가며, KT 롤스터는 통합 우승을 거머쥔다.

KT의 통합 우승, 사진=OGN 영상 캡처

-2010 대한한공 스타리그 시즌 2 16강(폴라리스 랩소디) vs 김명운(웅진 스타즈)

이 경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른바 '108 터렛'으로 알려진 그 경기다. 

당시 매치 승률 74%, 테란을 상대로 8승 무패를 이어나갔던 '퀸' 김명운. 16강에서 이영호를 만났고, 메카닉 테란을 상대로 공세를 펼친다. 

이영호와 김명운, 사진=OGN 영상 캡처

'플라잉 디파일러' 드랍과 다크 스웜, 울트라리스크와 히드라리스크, 뮤탈리스크와 저글링 등 다채로운 조합을 선보이며 이영호의 방어라인을 공략하고자 했던 김명운. 공격과 수비의 절정이었다. 수비 과정에서 이영호의 꼼꼼한 전투 능력과 메카닉 운영의 완성을 볼 수 있다. 

관객석에게서는 감탄과 환호, 박수가 쏟아진 명경기다. 이후 이영호는 신상문, 윤용태, 이제동을 나란히 잡고 우승컵을 든다.

플라잉 디파일러, 사진=OGN 영상 캡처

-2010 빅파일 MSL 4강 1세트(폴라리스 랩소디) vs 정명훈(SKT T1)

역대 테란 대 테란전 명경기에서 빠지지 않는 경기다.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모든 경기가 중-장기전에 해당하는 혈전이었다. 1세트와 5세트 모두 폴라리스 랩소디다.

1세트부터 정명훈은 특유의 화려한 벌처 플레이로 이영호를 흔들었으며, 이영호는 정명훈의 견제와 드랍을 모두 방어한 뒤 상대의 멀티를 밀며 경기를 팽팽하게 가져간다. 전투에서 이영호가 조금씩 이득을 보며 9시 멀티를 지켜내면서, 정명훈이 일찍 자원을 채취한 3시 멀티 자원이 고갈된다. 최후의 7시를 차지하기 위한 공방전에서 이영호가 승리한다. 

해설자들도 "한 경기가 5세트, 다전제 같은 혈전"이라는 평을 했다.

정명훈의 벌처를 수비하는 이영호, 사진=MBC게임 영상 캡처

이 5세트는 이영호의 2승 후 정명훈의 2승, 2대2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폴라리스 랩소디로 돌아온다. 이 경기에서는 정명훈의 주특기인 벌처를 이영호가 적절히 활용하면서, 드랍쉽의 지원으로 이영호가 끝내 경기를 가져간다.

이영호는 결승에서 이제동을 상대로 3대2 접전 끝에 우승한다.

■ 번외: 리쌍록과 김택용

이영호가 지는 경기가 명경기라고 했던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이영호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경기력을 펼쳐야하기 때문이다. 

이영호에 맞선 라이벌로, 이제동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두 선수는 최상위권의 실력이라 의외로 빌드 싸움, 타이밍 싸움으로 승패가 결정된 경기가 많다. 그런데 중-장기전이 펼쳐진 경우, 승부를 끝까지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접전이 된다.

대표적으로, 2010년 WCG 4강 타우크로스에서 펼쳐진 경기를 꼽을 수 있다. 탱크와 바이오닉 병력을 앞세운 이영호가 인구수를 30~50까지 꾸준히 앞서고, 이제동의 멀티를 파괴하기 위해 공방전을 펼친다. 디파일러와 하이브 병력, 저글링과 럴커를 다채롭게 활용하며 수비하는 이제동. 펼쳐지는 난전 끝에 이제동이 승리를 가져간다. 

이제동, 이영호, 사진=OGN 영상 캡처
접전, 사진=OGN 영상 캡처
접전, 사진=OGN 영상 캡처

유사한 양상의 경기로는 08-09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러시아워에서 펼쳐진 접전이 있다.

마지막은 김택용과의 멀티 태스킹 싸움이다. 2012 SK플래닛 프로리그 시즌1 결승전, 에이스 결정전(네오 체인 리액션)에서 만났다.

전진 게이트웨이의 질럿 컨트롤과 마린-SCV 수비가 손에 땀을 쥐게한 경기다. 김택용은 그런 와중에 본진에 파일런 견제를 시도한다. 이후 이영호의 바이오닉-메카닉 러시, 김택용의 타이밍 질럿 러시가 극악의 멀티 태스킹 싸움으로 이어지고, 경기는 김택용이 승리한다.

김택용의 멀티태스킹, 사진=OGN 영상 캡처
김택용의 멀티태스킹, 사진=OGN 영상 캡처

이영호는 최강자 자리에 오래도록 군림했으며, 다시 스타크래프트1로 복귀해서도 새로운 개념과 최적화를 꾸준히 제시한 연구자다. 지면의 한계로, 그의 명경기 중 일부만 싣게 됐지만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의 명경기는 손에 세기 어려울 정도다. 과거 최강자 시절 몇 경기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한 게임의 정점에 도달한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가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복귀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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