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있지만 익숙한 이야기
재난 속 10대 소녀 성장기 통한 메시지 인상적
이재인, 홍경, 정만식, 유수빈 등 출연
러닝타임 122분, 15세이상관람가, 오는 3일

(MHN 장민수 기자) 통조림 햄으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자 했지만, 마지막 '킥'이 될 소스를 빠트린 것 같다. 햄 덕분에 맛이 없지는 않은데, 어딘가 영 심심한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다.

'콘크리트 마켓'(감독 홍기원)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물건을 사고파는 황궁마켓이 자리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참치, 햄 등 통조림이 물물교환의 기준이 되는 화폐로 기능한다. 통조림이 없는 이들은 성매매로 착취당하기까지 한다. 이 모든 걸 지배하고 있는 건 황궁마켓의 최고 권력자 박상용(정만식).

그의 왼팔 김태진(홍경)과 오른팔 박철민(유수빈)은 통조림을 걷고, 상용에게 상납하며 경쟁을 펼친다. 그러던 중 나타난 희로(이재인). 세 사람 사이를 오가며 질서를 흔들고, 친구 세정(최정운)을 위한 복수에 나선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황야'(2024)에 이어 웹툰 '유쾌한 왕따' 세계관을 공유하는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배경 설정 외에 인물이나 상황에서 큰 접점은 없다. 

무너진 세계에서 권력이 생겨나고, 힘과 자본으로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 자체로는 새로울 게 없다. 물물교환과 권력다툼도 마찬가지. 다수 디스토피아 작품에서 봐 오던 익숙한 패턴이다. 

그러나 희로가 개입되면서 약간의 개성이 더해졌다. 나이도 어리고 힘도 약한 10대 소녀가 건장한 남성들을 쥐락펴락하며 판을 흔든다. 희로의 목적은 권력이 아닌 복수. 그의 곁에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었던 세정을 죽음으로 내몬 상용을 무너뜨리려 한다. 

이에 따라 인물들 사이 복잡미묘한 감정이 싹트고, 배신을 거듭하는 관계 변화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서스펜스가 흘러나온다. 희로가 어떤 전략을 선보일지, 누구를 어떻게 이용하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는 결국 희로와 아이들의 성장기다. 어른들의 보호 없이,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려진다. 권력에 순응하며 악행을 저지르기도, 목숨을 걸고 반란에 나서기도 한다. 

뭐가 됐든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스무살 안팎 젊은 청년들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극에서 어른들은 선이든 악이든 한발 물러서 있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극의 마지막, 학교를 세워달라는 희로의 말은 생존 이외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전체적인 연출력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은 준수하다. 첫 상업 장편영화를 연출한 홍기원 감독은 신인답게 재기 넘치는 연출을 선보였다. 각 막의 시작을 알리는 시퀀스부터 서스펜스를 높이는 편집 구성 등이 인상적이다. 이재인, 홍경, 유수빈 등 젊은 배우들은 단단한 캐릭터 연기와 시너지가 좋다. 여기에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정만식의 존재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익숙한 틀에도 불구하고 나름 괜찮은 구성과 좋은 메시지를 지녔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전해지는 바가 약하다. 인물들 각자가 가진 욕망이 제대로 부풀지 못했기 때문일 터. 복수든 권력이든, 그 절실함이 극한까지 가지 못하기에 몰입력이 떨어진다. 당초 시리즈로 준비한 작품을 영화로 재구성한 탓인지, 무언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콘크리트 마켓'은 오는 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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