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S 로마 홈페이지
사진=AS 로마 홈페이지

(MHN스포츠 이솔 기자) 한국 나이로 '환갑', 무리뉴 감독이 자신의 6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의 업적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전설적인 감독, 바비 롭슨과 루이 반 할 감독의 휘하에서 통역사로 경력을 시작, 코치를 거쳐 벤피카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시작은 미미했다. 벤피카에서는 단 9경기만에 보드진과의 불화로 팀을 나온 그는 지난 2001년 7월, 같은 포르투갈 리그의 중소구단 우니앙 드(UD) 레이리아에서 감독 경력을 이어갔다. 약 6개월동안 무리뉴는 23경기에서 단 3패(12승 8무)만 거두는 뛰어난 성적으로 단숨에 대형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다.

결국 그는 단 7개월만에 FC포르투로 이적, 우리가 아는 '미니 트레블'(포르투갈 리그-리그컵-UEFA 유로파리그)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신화를 쓰며 세계적 명장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우승 이후 아직까지도 포르투갈 출신 챔피언스리그 우승자는 없다.

무리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첼시로 적을 옮긴 무리뉴는 단 한번도 리그 홈 경기에서 패배하지 않는 무적의 팀으로 첼시에게 50년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시작으로 리그 2연패(2004-05, 2005-06)를 기록했다.

특히 벵거-퍼거슨 감독과의 대결은 신-구세대 전설들의 맞대결로 당대 EPL의 위상을 하늘 높이 끌어올렸다.

무리뉴의 재임 당시 EPL은 6년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리버풀, 2004-05)을 시작으로 그의 이탈 직후 시즌(2008-2009)까지 단 한번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지 못한 시즌이 없었다.

그의 합류 직전 EPL은 1998-99시즌 퍼거슨 감독의 맨유가 들어올린 UCL 우승컵을 제외하면 1985-86시즌부터 UCL 결승에 단 한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것이 무리뉴의 공은 아니겠지만, 그의 합류가 EPL에 리버풀-노팅엄 시절에 이은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터밀란으로 떠난 그는 또 한번 역사를 썼다. 사상 6번째 '트레블'이라는 세계 최고의 역사는 그의 손으로 쓰여졌다.

업적보다도 뛰어난 점은 따로 있었다. 부진하거나(스네이더), 한 선수의 잠재력을 폭팔시키는 등(밀리토) 선수단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상대의 강점을 파훼하는 그의 전술은 당대 최고의 '무적의 팀' 바르셀로나마저 전술적인 이점으로 꺾어내는 기적을 선보였다.

사진=AS로마, 조세 무리뉴
사진=AS로마, 조세 무리뉴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무적의 팀'으로 불리던 바르셀로나와 전 세계를 두고 양강체제를 벌였다. 비록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의 3연패를 저지하며, 라리가 역대 최다 승점(100점) 우승을 거뒀다.

특히 이 기간 완성된 메시-호날두의 라이벌리는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한 해 91골로 절정을 기록했던 메시의 득점 페이스, 그러나 리그에서는 이를 끝내 막아내며 득점왕을 차지하던 호날두는 무리뉴와 펩 감독의 지략 대결 만큼이나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비록 선수단과의 갈등 끝에 팀을 나오기는 했으나, 무리뉴가 잡아 놓은 기틀을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이후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만들어내는 등,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이어진 두 번째 첼시 생활은 좋지 못한 기억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더블(2014-15, 리그-리그컵)을 만들어냈으나, '에바 카네이로 사건' 등으로 흠집이 생겼다. 비록 구단 자체의 위닝 멘탈리티가 흔들린 점이 핵심이었으나, 무리뉴 또한 비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비교적 최근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행적 또한 당시에는 비난 여론이 잦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가 이룬 업적(UEFA컵-커뮤니티실드-EFL컵, 리그 2위) 이상을 기록한 감독은 퍼거슨 경 이후 없다. 후임자인 솔샤르는 간신히 리그 2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비록 막대한 투자, 거친 언행, 선수단과의 마찰 등은 여전했으나 토트넘 시절처럼 '무관'에 그치거나, 전임자 포체티노 감독 하에서 성공했던 팀의 몰락을 막아내지 못한 등의 행보는 없었다.

프로는 성적으로 증명한다. 그가 획득한 맨유의 2010년대 마지막 트로피는 그의 행보가 '실패'라고 단정지어질 수 없는 이유다.

맨유에서의 감독직을 거쳐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케인과 함께한 무리뉴는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특히 팀의 '무관 DNA'를 끝낼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던 리그컵(EFL컵) 결승을 단 일주일 앞두고 경질된 사건은 토트넘에게도, 무리뉴에게도 아쉬움으로 남는 사건이었다.

사진=AS로마 공식 SNS, 조세 무리뉴
사진=AS로마 공식 SNS, 조세 무리뉴

그리고 그는 지금 AS로마'에 다시 섰다. 로마에서는 UEFA컨퍼런스리그 초대 우승컵을 따내며 '로마의 휴일'을 선사했다.

로마는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지난 2007-08시즌 우승컵(코파 이탈리아)를 마지막으로 무관을 이어오고 있었으나 팀에게는 14년만에 우승컵을, 세리에A에게는 자신이 선사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이후 12년만에 유럽대항전 우승컵을 선사하며 새 역사를 썼다.

로마에서의 2년차인 이번 시즌도 순항 중이다. 리그에서는 김민재의 나폴리가 승점 100점 페이스로 독주하며 우승 가능성은 멀어졌으나, 3위-4위 라치오와 승점차이가 없는 5위(승점 37)를 기록 중이다.

컵 대회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는 2월 재개되는 유로파리그는 16강(vs 라이프치히)에 진출해 있으며 코파 이탈리아는 8강(vs 크레모네세)에 올라 있다.

포르투에서 유럽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스페셜 원 무리뉴, 중년기를 훌쩍 넘어 환갑을 맞이한 그가 '로마의 기적'을 선사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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