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업존에서 팀원들을 응원하는 페퍼저축은행 오지영(가운데), KOVO 
웜업존에서 팀원들을 응원하는 페퍼저축은행 오지영(가운데), KOVO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적장이 주전 출전은 막아도 투지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4라운드 여자부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이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로 돌려세우며 시즌 2승을 그려냈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해 12월 31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첫 승을 얻어내고 24일만에 GS칼텍스를 상대로 통산 2승, 그리고 홈에서는 시즌 첫 승을 건져올렸다. 

니아 리드가 양 팀 최다 득점인 29득점(공격성공률 44.83%), 박경현 17득점, 이한비 13득점으로 팀의 2승을 만들었다. 

오지영은 양 팀 트레이드 합의 조항에 따라 이 날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당시 차상현 감독은 GS칼텍스와의 4,5,6라운드 경기에는 오지영을 내보내지 않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대신 오지영은 웜업존에서 목청껏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또 다른 주인공이 되었다. 

GS칼텍스 역시 공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모마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지난 경기부터 나서지 못했다. 강소휘가 이 날 22득점(공격성공률 43.38%), 유서연이 17득점, 권민지가 13득점했지만 굵직한 한 방을 해결해줄 모마의 공백이 컸다.

1세트는 접전으로 흘러가다가 16-19로 뒤쳐진 상황에서 니아 리드의 후위공격과 이고은의 서브에이스가 연달아 터졌다. 23-24로 아슬아슬하게 뒤쳐졌을 때는 이한비가 백어택으로 듀스를 만들었다. 끝낸 것도 이한비였다.

2세트에서도 페퍼저축은행의 좋은 흐름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후반에 GS칼텍스가 치고 올라오고, 리시브가 흔들린 사이 한수지가 전세를 뒤집어버렸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꺾이지 않았다. 

매 세트 접전이었으나 단 한 번이라도 더 이기고자 하는 투지 속에 GS칼텍스는 조금씩 밀렸다. 3세트에서도 접전에 가깝게 앞서가던 GS칼텍스는 18-18 동점 상황에서 이은지의 서브에이스에 그만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이러한 흐름은 4세트에도 무너지지 않고 이어졌다. 이경수 감독대행이 그간 걱정했던 '뒷심 부족'의 모습은 사라지고 부상 악재와 주전 리베로 불출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한번 더 해보고자 하는 투지만이 남아있었다. 

득점 후 기뻐하는 페퍼저축은행, KOVO
득점 후 기뻐하는 페퍼저축은행, KOVO
웜업존에서 팀원들을 응원하는 페퍼저축은행 오지영(오른쪽 두 번째), KOVO 
웜업존에서 팀원들을 응원하는 페퍼저축은행 오지영(오른쪽 두 번째), KOVO 

오지영은 코트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웜업존에서 제2의 응원단장 노릇을 하며 팀 사기를 뜨겁게 돋궜다. 문슬기의 수비가 성공하자 "네가 살렸다, 슬기야, 나이스 수비야!"를 목청껏 외치는 모습과, 니아 리드가 공격에 실패했을 당시 "저 X이"라며 정감 가득한 투덜거림(?), 박경현의 이름을 부르며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 그리고 최가은의 블로킹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장면들이 중계 마이크에 고스란히 잡히며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들어온 리베로 김해빈과 문슬기를 안고 도닥여주는 모습으로 고참의 훌륭한 리더십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리베로 문슬기의 수비 폼이 이전 경기들에 비해 부쩍 안정된 모습이었다.

이 날 페퍼저축은행의 웜업존은 코트의 또 다른 연장선이었다. 

적장 차 감독은 상대방의 가장 주된 전력 중 하나이자 팀에서 떠나보낸 오지영의 출전금지 조건까지 만들며 '손쉬운' 승점 3점을 노렸으나 오히려 크게 한 방 먹은 셈이 됐다. 

리그 3,4위를 다 잡은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26일, 화성에서 기업은행을 상대로 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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