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오지영,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페퍼저축은행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많이 돌아온 감은 있지만 제대로 데려왔다. 

지난 해 4월 20일, 한국배구연맹(KOVO) 제17기 제4차 이사회에서 13개 구단 만장일치 승인이 떨어졌다. 

모기업 페퍼저축은행이 만든 여자부 프로배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하 페퍼저축은행)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연고지는 광주광역시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작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최고령 감독 김형실을 사령탑으로 세웠다. 반대로 선수들은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현역 고교생인 매우 어린 선수들이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이뤄진 페퍼저축은행에는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 없었다.

물론 베테랑을 뽑을 기회는 사실 얼마든지 있었다. 창단 당시 타 구단 보호선수 9명씩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중 원하는 선수를 지명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김형실 전 감독은 베테랑을 영입하지 않았다. 각 구단에서 프로입문 2~3년차의 젊은 선수들만을 뽑아갔다. 심지어 현대건설은 미지명이었다. 김 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는 빨리 은퇴하기 때문에"를 이유로 꼽았다.

다소 급하게 선수를 모아 창단한 막내구단은 지난 시즌 모두의 예상대로 3승 28패(승점11점)를 거두며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신생구단만이 줄 수 있는 신선한 느낌과 젊은 선수들 특유의 패기를 앞세워 많은 응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번 시즌이었다. "베테랑보단 젊은 패기"를 강조하던 김 전 감독은 "언제까지 젊은 선수들만 데리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바꿨다. 베테랑을 영입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베테랑'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0월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전 감독이 인터뷰하고 있다, MBC뉴스 방송화면
지난 10월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전 감독이 인터뷰하고 있다, MBC뉴스 방송화면
광주광역시청에 놓인 이재영 영입 반대 화환, 시위 주최 측 제공
광주광역시청에 놓인 이재영 영입 반대 화환, 시위 주최 측 제공

지난 10월, K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학교폭력 논란으로 V-리그에서 퇴출된 아웃사이드 히터 이재영과 페퍼저축은행이 두 차례 접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 전 감독은 미디어데이 해명 인터뷰에서 "우리뿐만 아니고 다른 구단도 암암리에 (이재영 영입을) 알아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배구팬들의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행사장인 청담 소재 호텔과 광주광역시청에는 근조화환이 놓였고 페퍼저축은행 본사 앞에는 이재영 영입 반대 트럭이 돌아다녔다. 결국 구단은 "이재영과 만났을 뿐 그 이상 진전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더불어 구단은 올 시즌 16연패라는 크게 부진한 성적을 얻었다. 김 전 감독은 해당 사건의 여파와 더불어 성적부진의 책임을 안고 자진사퇴했다. 현재는 이경수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페퍼저축은행은 제대로 된 베테랑을 품었다. 27일, GS칼텍스에서 국가대표이자 16년차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을 영입하며 수비라인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지영은 먼저 GS칼텍스에서 건너와있던 리베로 김해빈과도 재회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실업팀에서 영입한 92년생 최고참 문슬기로 지난 시즌을 운영했지만 불안정한 수비력으로 인해 팬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올 시즌부터는 디그에 강점이 있는 김해빈이 기회를 받아 출장하고 있다. 오지영은 리시브 보강 차원에서 교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88년생으로 팀에서 가장 맏언니이자 실질적인 리더로써 멤버들을 이끌 전망이다. 

오지영은 입단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지영은 오는 28일 홈 구장인 페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 바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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