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뷰케넌 선발 등판에서 '라사모' 회원들 커피차로 선수단 '격려'

'라사모' 회원들로부터 커피차를 선물 받고 기뻐하는 에이스 수아레즈. 사진제공=라사모 일동
'라사모' 회원들로부터 커피차를 선물 받고 기뻐하는 에이스 수아레즈. 사진제공=라사모 일동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VAMOS라는 스페인어는 영어로 하면 ‘Go!'다. 말 그대로 응원할 때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야구장’이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페인어에 익숙한 중남미 외국인 선수들을 응원할 때 등장하곤 한다. 지난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도 이 단어가 경기 전부터 등장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라사모)’에서 에이스 수아레즈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 3인방을 위한 커피차를 준비하면서였다. 선수들을 위한 커피차를 마련하면서 컵 홀더에 ‘VAMOS'를 인쇄하여 붙여 넣은 것이다. 수아레즈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상당히 정성스러운 선물이었다.

트럭 시위에서부터 커피차까지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이유?
‘누구보다도 연고팀을 사랑’하기 때문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선수 셋은 부진한 삼성의 성적과 별도로 상당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피렐라는 말할 것도 없고, 에이스 뷰케넌도 7승에 평균자책점 3.47로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둘 보다 삼성 팬들조차 ‘미안하게’ 만드는 선수가 있다. 1선발 수아레즈가 그 주인공이다.

수아레즈라면 그럴 만 했다. 평균자책점 2.45로 리그 4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수는 겨우 4승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수아레즈가 등판하는 날에 유독 타선이 터지지 않거나, 수아레즈가 교체되고 나서야 경기를 뒤집는 등 심각한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었다. 이에 커피차 하나로 수아레즈의 건승을 바라는 마음도 상당히 컸다. 또한, 삼성은 유독 화요일 경기에 약했다. 7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게 될 에이스 수아레즈의 승리와 화요일 패배 징크스를 동시에 깨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강했을 것이다.

팬들의 커피차 선물이 힘이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삼성은 키움에 11-4로 대승하며, 화요일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다음 날 키움 2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이 2-1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에이스 수아레즈가 호투에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지만, 소속팀의 선전을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홈 2연전에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뷰케넌-수아레즈-피렐라 힘내! 라는 뜻의 VAMOS 글자가 유독 눈에 띈다. 사진제공=라사모 일동
뷰케넌-수아레즈-피렐라 힘내! 라는 뜻의 VAMOS 글자가 유독 눈에 띈다. 사진제공=라사모 일동

이렇게, 소속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하게 나타난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하여 소개된 ‘커피차’가 이제는 이러한 형태로 ‘응원의 의미’를 지닌 선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 ‘커피차’ 선물을 기획했던 팬들 일동이 바로 한 달 여 전까지만 해도 서울 삼성 본사와 라이온즈파크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트럭’이라는 수단을 두고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라사모’의 팬 일동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트럭 시위든, 커피차 선물이건 간에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다.”라고. 응원하는 팀의 모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잘 운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항의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선수이기 때문에, 힘을 내기를 원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이다. 그것이 바로 ‘팬심’이다. ‘라사모’ 팬 일동은 그러한 점에 있어서 팬 문화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경기 승리하면, 천국이 찾아오고, 한 경기 패배하면 중계 TV 화면을 끄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로 하더라도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은 ‘내가 응원하고 있는 연고 팀이 무조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한가위 명절과 맞물려 한 번쯤 부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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