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확장성이 중요"...아나운서 지망생들에 조언
중간목표는 '국제대회' 캐스터로 나가는 것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상암, 권수연 기자) "국제대회 나가는게 목표예요, 이왕이면 캐스터로"

이제 갓 서른인데, 벌써 10년을 한 걸음 앞으로 바라보는 베테랑이다. 배구를 즐겨보는 배구팬과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을 찾는 편이 더 빠르다. 예전에는 실력보다 외모로 주목받던 여성 스포츠 캐스터의 판도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KBS N 스포츠에 입사, V-리그 리포팅으로 스포츠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하며 팬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이끌었다. 또한 2017-18시즌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첫 중계 캐스터로 데뷔했으며 지난 해 열린 2020 도쿄 하계 올림픽 여자 배구 중계를 맡으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상암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오효주(30)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는 특유의 맑은 눈웃음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전문성과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모두 갖춰야하는, 선뜻 발 딛기 어려운 스포츠 아나운서로의 입문 계기를 물었다. 알고보니 운명이었다. "사실은 원래 일반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던 그는 이 일을 '멋 모르고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를 스포츠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가족 분위기가 절대지분을 차지했다고. 

그는 "아버지와 오빠가 야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항상 스포츠 채널이 켜져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처음은 그냥 아나운서의 꿈을 꿨는데 어느 날 스포츠 아나운서 공고가 뜨더라"고 말했다. 천직을 만난 셈이다.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다만 베테랑인 그도 직업인으로서의 과도기는 여전하다. 그는 "아직은 중계쪽이 어렵다. 인터뷰는 짧은 순간에 모든걸 발산해야하지만 중계는 긴 시간동안 호흡이 떨어지지 않게 이를 잘 끌고가야 하는 점이 힘들다, 내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길을 찾아가는 과정인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오효주 아나운서는 현재 KGC인삼공사의 코치로 건너간 이숙자 전 해설위원과 함께 V-리그 중계석에 나란히 앉은 모습으로 배구팬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하다.

다만 그가 처음부터 배구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배구는 입사 후에 '완전 백지 상태'에서 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랬기에 더 빨리, 더 깊게 재미를 붙였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것보다 완벽히 새로 그려가는 배구가 더 재밌었다는 것이다. 

배구에 애정이 깊기에 현재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해 성장통을 겪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도 누구보다 친밀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해까지 튼튼한 기둥으로 버티고 있었던 주장 김연경(흥국생명)을 포함해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가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세대교체의 길목에 서 있다. 

현재까지 8연패, 세르비아를 상대로 1세트를 따낸것 외에 좀처럼 수확이 없다. 지켜보는 팬들도 그렇지만, 가장 속상할 당사자는 선수들이다.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오 아나운서는 "현재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 상당히 속상하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이 가장 힘들것이다"라며 "사실 프로선수가 계속 진다는게 심정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이다, 지려고 경기하는 선수는 없지만 연패하다보니 동기부여도 어려울 것이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래도 성장통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1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며 시행착오도 많았다. 방송을 이끌기 위해 무리수도 많이 던졌고, 선수 이름과 기록을 틀리는 등 잊고싶은 잔실수도 많다. 그러나 그는 "내 방송이 누군가에게 '나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줄 때, 선수의 가족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보람차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그를 닮고 싶은 후배, 지망생이 수두룩하다. 바늘구멍은 좁지만 제2의 오효주를 꿈꾸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 아나운서는 그런 지망생들에게 "단순히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과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일거수일투족 부딪혀본 면접관은 다르다, 면접관은 각 분야의 도사들이 앉아있다"며 "자신을 어필하려고 어설프게 아는 척 하는 것보다 텅 비어있어도 흡수할 자세가 된 사람이 더 눈에 들어온다"고 조언을 남겼다. 

오효주 KBS N 아나운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 역시 스포츠를 좋아했고, 어린시절 늘 스포츠에 둘러싸인 채 자랐고,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면접 당시 면접관이 툭 던진 'A선수의 이전 소속팀이 어딘지 아느냐' 수준의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오 아나운서의 초점은 변했다. 그는 '잘 아는 사람'보다 '백지상태라도 배울 자세가 되어있고, 자신의 자질을 펼칠 준비가 된 사람, 컨텐츠 확장성을 지난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말년에 50, 60이 되어서도 외국 리포터처럼 흰 머리를 휘날리며 현장을 달리고 싶다"는 오 아나운서는 "그 전에 중간 목표는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이다, 이왕이면 캐스터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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