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아이돌'은 기본적인 의미로 숭배적이고 열광적인 인기의 대상을 뜻한다. 현재는 보통 그런 인기를 받는 10~20대 연예인들이 아이돌로 불린다. 

다만, 최근 들어 대상의 '아이돌'화는 비단 연예계에만 종속되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혁신적인 공을 세운 선수들도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는다.  해당 선수를 좋아하는 방식이 연예인들을 대하는 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대가 흐르며 일종의 '사랑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셈이다. 

대표적으로 피겨 스케이팅 전(前) 국가대표 김연아는 웬만한 연예계 아이돌은 명함도 못 내미는 대형 인기를 얻었다. 다만 김연아는 자신의 분야에서 국위선양이라 부를 수 있는 업적을 세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국내에서는 농구쪽에서 준수한 외모를 가진 이상민과 더불어 서장훈이 현역시절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농구팬들은 "한기범의 키에 김유택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품었다. 서장훈은 키와 실력에서 농구팬들의 희망사항에 완벽히 부합하는 선수였다. 

이는 팬들의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사랑이 팬심의 전제가 되었고 그에 부합하는 선수가 사랑받는 지극히 당연한 루트다.

어떤 스포츠에 빠지게 된 팬들이 해당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선수에게 호감을 품고 열렬히 지지하면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게 된다. 축구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룰조차 모르는 사람이 손흥민(토트넘)을 미친듯이 좋아해 경기장까지 따라다닐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배구, 특히 여자배구는 조금 결이 특이하다. 타이밍이 좋았다. 스포츠를 평소 골라보지 않는 사람도 올림픽은 국민정서에 휩쓸려 챙겨보게 된다. 지난 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이와 같은 팬들의 유입이 대거 늘었다. 주장 김연경을 필두로 국가대표팀들이 4강 신화를 이끌어낸 기적 때문이다.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만에 다시 한번 메달에 도전했지만 아깝게 패하며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김희진의 무릎 부상 투혼에 이어 흔들리는 멘탈을 딛고 '클러치 박'으로 뛰어오른 박정아, 중원을 지킨 '블로퀸' 센터 양효진, 리베로 오지영 등이 김연경의 뛰어난 리더쉽 아래 맹활약하며 올림픽을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해당 경기 이후 여자배구판에 팬들이 대거유입되었다.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이뤄진 극적인 투혼서사와 선수들의 '캐릭터'에 '과몰입'한 팬들이 특정 선수들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선수들의 일상이나 경기 영상을 순간캡쳐해서 만든 움짤(움직이는 짧은 동영상)이 SNS를 타고 급격히 퍼지고, 커피차나 달콤한 간식등을 숙소로 보내는 등 아이돌이나 배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들을 사랑한다.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팬들의 '사랑하는 방식'이라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 선수, 그리고 구단들은 늘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리그는 선수단이 얻은 큰 인기에 힘입어 열심히 노를 저었다. 팬서비스 또한 극진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선수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밀물처럼 불어나고 리그가 열리는 실내 체육관에는 선수의 얼굴을 직접 그려서 플랜카드로 만들어 온 팬클럽 모임이 종종 보였다.

연예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이돌이 춤을 추지 못하고, 노래를 잘 하지 못해도 사랑하는 팬들은 있다. 다만 해당 아이돌이 외모에 있어 자기관리를 하지 못할 경우 팬들은 이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을 가한다. 팬들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야구, 축구, 농구에도 열성팬은 존재한다. 그러나 해당 분야에서 숭배받는 특정 선수는 잘생기고 예뻐서 받는 사랑이 아니라, 성적을 기반으로 팬이 생긴다. 성적이 떨어지면 가차없는 비판이 가해지며 성적이 조금만 뛰어도 '갓(GOD)'이라는 수식어가 서슴없이 붙는다. 선수들은 '갓'에서 '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성적에 몰두한다. 이에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는 조용히 도태된다. 성적만 무난하다면 사회, 윤리적인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늘 팬들의 사랑이 따라온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서 받을 수 있는 사랑은 그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열정, 노력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스포츠 스타는 자신들이 얻는 인기의 기반이 '스포츠'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건 팬들도 마찬가지다. 외모와 캐릭터만으로 스포츠를 하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유입되었던 일부 팬들은 선수들이 대회에서 기본적인 기술조차 소화하지 못해 비판을 받으면 참을 수 없어하며, 체력훈련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힘드니' 시키면 안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더러는 눈과 귀를 막고 '무조건 응원만 하자'는 의견도 눈에 띈다. 격려와 응원은 좋지만 경기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도 마찰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특정 팬들은 운동선수에게 당분이 가득 든 간식을 자주 보내는 모습으로 같은 팬들 사이에서도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종목보다 개인을 사랑하기에 빚어지는 사태다. 

이러한 인기에 취해 해이해지고 느슨해지는 것 또한 선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한다. KGC인삼공사의 코치로 부임한 이숙자 코치 역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리그가 아이돌화가 되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이 배구에 대한 열정을 품고 코트에서 책임감을 보여줘야한다"고 전했다. 

애정은 언제나 달콤하다. 미친듯이 하는 쪽도, 열렬히 받는 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랑은 튼튼한 기반없이 영원할 수 없다.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를 선수에게서 분리시키지 않는 분별력이 필요하며, 선수들 역시 개인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