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대전, 권수연 기자) "제가 아직 세터를 못 해봤잖아요"

최근 본지 취재진과 마주앉은 KGC인삼공사의 맏언니, 한송이(37)의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가 번졌다. 

본디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던 한송이는 2014-15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포지션이 전환되며 어려운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여러가지 포지션으로 활약하며 팀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인삼공사의 지난 시즌은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짙다. 3라운드까지는 상위권에 머무르며 그야말로 폭풍같이 질주했다. 일부 팬들은 먼 챔프전까지 바라보며 희망을 꿈꿨다. 그러나 선수들의 부상, 코로나19 악재 등으로 공격수와 세터와의 호흡이 흔들리며 꼭대기에 있던 성적이 4위까지 내려왔다. 

지난 시즌을 잠시 돌아보던 한송이는 "정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모든게 아쉬웠다. 다행인건 가능성을 더 많이 본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시즌 아쉬웠던 부분을 정확히 알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이번 시즌은 해볼만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새로운 색깔을 위해 변화도 필요하다. 최근 인삼공사는 사령탑이 바뀌었다. 남자배구에서만 20년을 몸 담았던 고희진(41) 감독이 이번 시즌부터 여자배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고참이었던 한송이는 주장직을 내려놓기 직전 이 소식을 조금 일찍 접했다고. 

KGC인삼공사 한송이(좌)-이소영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KGC인삼공사 한송이(좌)-이소영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KGC인삼공사 이숙자 코치(좌)-이소영-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KGC인삼공사 이숙자 코치(좌)-이소영-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송이는 고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환하게 웃음을 비췄다. 그가 보는 고 감독의 첫 인상은 "친근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처음에 정말 많이 조심스러워하셨다, 말씀하시는 것도 그렇고 훈련하시는 것도 그렇고 트레이닝 할때 잡아주시거나 이런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우셨다"고 입을 열었다.

팀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빠르게 친해졌지만 "선수들과의 첫 만남때 우린 편하게 트레이닝복 입고 갔는데, 감독님은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오셔서 배구철학과 소신을 말씀해주시더라"는 말이 웃음을 자아냈다. 

아울러 그는 "감독님이 초반 힘들어하셨지만 우리는 감독님을 잘 믿고 따르겠다, 감독님이 잘 끌어주실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그 말에 감독님께서 걱정을 크게 덜어내셨다"고 덧붙였다. 든든한 맏언니의 모습이었다. 

V-리그가 출범한 해부터 17년 차, 실업까지 합하면 배구경력만 총 21년 가까이 된다. 연차만큼 그의 배구사(史)도 다채롭다. 윙스파이커, 미들블로커, 아포짓 스파이커로 각종 멀티포지션을 거친 그는 현재 팀의 중원을 맡고있다.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개인적으로 어느 포지션이 가장 재밌었느냐'는 말에 그는 "난 레프트를 가장 오래했고, 역시 가장 재밌는건 레프트지만 역시 센터도 즐겁다. 물론 레프트는 가장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듣는 위치기도 하다. 리시브, 수비, 공격, 블로킹 모두를 신경써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센터는 상대를 속이고 블로킹을 하는게 너무 재밌고, 세터와의 합이 정말 중요하지만 리시브에 대한 걱정이 거의 제로(0)라서 좋다"고 덧붙인 그는 "사실 할 수만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라이트가 제일 좋은 자리가 아닌가 싶다, 라이트는 그저 공격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미소지었다. 

올해 만 37세인 그는 불혹을 세 걸음 앞으로 바라보는 나이다. 운동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꾸준히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후배들을 엄마처럼, 언니처럼 든든히 이끌며 팀의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서있다. 은퇴를 거론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그러나 한송이는 "선수가 아닌 내 모습이 굉장히 어색할거란 생각도 해봤다, 나는 사실 선수로서 평생을 타의에 의해서 규칙적인 삶을 살지 않았나, 모든 것을 '탁' 내려놓았을때, 일반인으로 돌아가서 늘어지고 나태해진 내 삶이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기록도 아직 남았다. 이번 시즌은 반드시 팀을 봄배구에도 내보내고 싶다. 아직은 선수로서의 삶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의 눈빛이 반듯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옷을 털며 일어나던 그는 "제가 아직 세터를 못해봤는데요, 2024년 파리 올림픽에는 마흔살 세터로 출전할테니까 이거 꼭 (인터뷰에) 써주셔야 해요"라고 농담하며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쏭맏내'의 배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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