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NG 공식 웨이보, 2022 선수단 전원
사진=LNG 공식 웨이보, 2022 선수단 전원

(MHN스포츠 이솔 기자) "마누라(아내)와 자식 빼곤 다 바꿔라." 지난 1993년 삼성 故 이건희 전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며 한 말이다.

정규시즌에서 한때 무패를 달리며 기대감을 모았던 LNG. 그러나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기대보다 다소 무력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독특한 전략도, 선수들의 슈퍼플레이도, 팀적 호흡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LNG가 보여준 서머시즌의 모습, 과연 실패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사진=LNG 공식 웨이보, '도인비' 김태상 선수
사진=LNG 공식 웨이보, '도인비' 김태상 선수

1. 새로운 시도

도인비 이전 시절의 LNG의 전략은 매우 다양했다. 특히 '폐관 수련'을 펼치던 스프링 시즌을 지나 서머시즌부터는 타잔이 적극적으로 아이콘-알러를 비롯한 상체를 이용하며 라인에서의 2-2 혹은 상대와의 3-3 교전을 유도, 초반 교전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격차를 통해 오브젝트 교전과 다이브로 연결되는 아이콘-타잔의 경기운영은 LNG가 롤드컵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인비의 영입으로 달라진 점은 두 가지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타워 다이브를 시도한다는 점, 그리고 3-3 상체 교전의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도인비는 채 6레벨을 달성하기 전에 바텀 다이브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아군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백업을 통해 최소한의 피해로 이를 막아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다이브를 통한 전략은 아직까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LNG는 정규시즌에서 LPL 팀들 중 평균정도의 경기시간(31분 37초)를 기록했으며, 상대와의 골드 격차도 분당 +77정도로 무난했다.

사진=LPL(영문) 공식 유튜브 채널, LNG-RNG전 1세트
사진=LPL(영문) 공식 유튜브 채널, LNG-RNG전 1세트

2. 전략 변화 이유

많은 팬들이 알 수 있듯, 도인비가 다이브를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거리 딜러를 믿고 후반을 노리는 팀, 그리고 자신들의 기량을 믿고 대응 전략을 펼치는 팀들을 무너트리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올 시즌 2번째로 빨리 경기를 끝냈던 BLG와의 3세트 경기(24분 29초)에서 도인비의 노림수를 알 수 있다.

도인비(갈리오)는 CS가 10개 이상 뒤쳐진 경기시간 5분 타잔(리신)과 함께 바텀으로 직행, 정글-바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어 경기시간 8분에는 탑 다이브를 시도한 타잔을 도와 상대 브리드(제이스)를 처치했으며, 계속해서 타잔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선택을 도왔다.

오브젝트 교전의 중심인 정글러에게 힘을 실어준 도인비의 바람대로 LNG는 경기시간 20분 햇바론을 시도하며 상대 선수들의 텔레포트를 유도했고, 텔레포트를 사용한 상대 미드-탑과 나머지 선수들을 차례대로 처치하며 템포를 늦추던 BLG를 박살냈다.

올 시즌 가장 빨리 경기를 끝냈던 RNG전 1세트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경기시간 8분만에 타잔(볼리베어)과 바텀 다이브를 시도한 도인비(라이즈)는 바텀 라이너들의 성장 차이로 타워 선취점을 기록하는 것을 도왔다. 

이렇게 벌어진 차이를 이용한 타잔-도인비는 계속해서 상대 선수들을 쫒아다니며 교전에서 계속해서 승리를 만들어냈고, 결국 19분 용 앞 한타에서 상대를 쓸어버리며 23분 40초만에 상대 넥서스를 파괴하며 경기를 끝냈다.

사진=LPL(영문) 공식 유튜브 채널, LNG-JDG전 1세트
사진=LPL(영문) 공식 유튜브 채널, LNG-JDG전 1세트

3. 문제점

그러나 바텀을 시작으로 힘을 퍼트리는 만큼, 바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경기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

JDG전 1세트에서 단 3분만에 바텀 다이브를 시도한 타잔(렉사이)는 상대 탑 라이너 369의 텔레포트로 도리어 서포터 뤼마오와 자신이 전사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바텀에서 상대를 압살하던 '케틀-럭스' 조합이 패치로 인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렉사이'라는 초반 교전 특화 정글러로 이를 만회하려던 전략이 무위로 돌아간 탓이었다.

비록 이후 상황에서 교전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결국 상대의 후반 조합(그라가스-빅토르-아펠리오스)를 견제하지 못한 LNG는 초반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하고 패배했다.

1세트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뤘던 LNG는 바텀 다이브 대신 무난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1AP로 활약해야 했던 도인비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선택했고, 369가 트린다미어를 상대로 말파이트를 선택하며 조합의 '카운터'를 맞았다.

이처럼, 챔피언 숙련도, 조합, 그리고 메타에 따라 순식간에 성패가 변해버린 LNG의 전략은 아쉽게도 후반기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도인비의 선택도 이해가 간다. 라이엇게임즈가 점점 '초반 교전'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향후 메타 패치도 이처럼 이뤄질 것을 생각했으리라 본다.

사진=LNG 공식 웨이보
사진=LNG 공식 웨이보

4. 미래

비록 이번 시즌 변화를 위한 도전은 실패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으면 성공도 요원한 법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즌 LNG의 멋진 도전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다만 경기 초반 타잔이 바텀으로 향하는 '뻔한 전략'을 간파당하며 TES에게 무너졌던 만큼, LNG에게는 플랜 B의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예전처럼 알러의 공격성을 활용한 탑-미드 사이 3-3 교전, 이와 함께 서포터의 백업으로 이어지는 상대 윗쪽 정글 장악, 2번째 정글링 상황에서 도인비의 로밍 능력을 활용한 기습 교전과 다이브 등 도인비라는 카드를 얻은 LNG는 충분히 플랜 B를 구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프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들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2번째 시즌을 맞이한 도인비-타잔이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우리가 LNG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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