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2019년 캐나다 오픈을 치르고 있는 고진영, 연합뉴스
사진= 지난 2019년 캐나다 오픈을 치르고 있는 고진영,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욕심이 많고,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고, 남이 잘하는 부분을 내 것으로 꼭 만들려고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이하 KLPGA)에 적힌 고진영(26)의 프로필 소개문 중 일부다. 선수가 직접 작성했다는 점에서 고진영의 세계 탑 프로선수다운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고진영은 지난 2013년 국가대표 루키 출신으로 1부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그 전에는 같은 골프 아카데미 출신인 프로선수들의 캐디로 활동하며 한 걸음 뒤에서 프로무대를 보고 꾸준히 배웠다. 지난 2012년에는 정희원(30) 프로의 캐디로 따라다녀 '스타캐디' 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앳된 얼굴과 나이에 맞지 않게 프로다운 마인드를 일찌감치 내비췄다.

당시 캐디로 활약했던 고진영은 "골퍼가 필드에 나가면 믿을 사람은 캐디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캐디는 우선적으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고 인터뷰에 밝힌 바 있다.

또한 필드에 함께 나간 정희원이 흔들릴 때 "언니, 쫄지 말고 쳐!" 라는 쿨하고 연륜있는(?)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그때 고진영은 고작 고등학교 2학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겨우 올린 아마추어 골퍼였다. 때문에 선배들 사이에서 '고선배', '고선생'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어릴때부터 남달랐던 싹은 데뷔 이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지난 2014년, 스폰서인 'Nefs Masterpiece 2014' 에서 쟁쟁한 프로선수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진= 프로골퍼 고진영, 연합뉴스
사진= 프로골퍼 고진영, 연합뉴스

워낙에 열의가 넘치고 자신만만한 성격으로 인해 팬도 많았지만 안티도 많았다. 지난 2015년, KLPGA 미디어데이에서 앞으로의 전망과 각오를 묻는 질문에 "올 시즌은 다 해먹고 싶다" 는 패기 가득한 발언을 꺼내 당시 안티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멘탈 갑甲' 인 그는 이와 같은 논란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마치 이 정도는 자신이 몰고 올 돌풍의 일부임을 암시하듯이 말이다.

이후, 고진영은 같은 해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기록한 시즌 첫 우승을 필두로 약 3년간 온갖 KLPGA 대회의 우승을 싹쓸이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영종도에서 열린 KLPGA 메이저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상금 3억에, 부상으로 BMW X5 차량이 주어졌다. 

이와 같은 행보로 2016년에는 상금랭킹 2위(총 10억2천244만9천332원)에 등극하기도 했다. 같은 해 KLPGA 시상식에서 백미인 대상을 수상하며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사진= 프로골퍼 고진영, LPGA 제공
사진= 프로골퍼 고진영, LPGA 제공

명실상부 스타 선수가 된 그는 이듬해 하이트진로로 소속사를 옮겼다. 그 해 국내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다가, 8월에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쥐고, 다음 달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곧장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역대 2연승을 차지하며 유달리 대회와 궁합이 잘 맞는 모습을 보였다.

그 해 10월, 마침내 고진영은 LPGA에 진출했다.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경기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기까지 했다. 이후로는 그야말로 전성기가 이어졌다. 2018년 한다 호주 오픈에서 우승을 거두며 훌륭히 LPGA 데뷔전을 치르고 꾸준히 상위 성적을 냈다. 

또한 이듬해 열린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에서 LPGA 통산 3승을 기록, 월드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바로 직후 4월에 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하며 LPGA 커리어 최초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사진= 프로골퍼 고진영, LPGA 제공
사진= 프로골퍼 고진영, LPGA 제공

그리고 7월에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고진영은 마침내 초대형 기록을 세웠다. 최종 15언더파의 성적으로 LPGA투어 시즌 3승을 움켜쥐고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후로도 지난 2020년 LPGA CME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고, 2021년에는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하며 꾸준히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메달 수확에 실패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골프여제인 넬리 코다와 1,2위를 두고 경합을 벌이던 고진영의 LPGA 골드커리어는 올림픽 직후 다시 한번 빛을 발휘한다.

지난 7월 열린 VOA(Volunteers of America Classic)에 출전해 우승을 거두고, 뒤이어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박인비(33)와 함께 공동 2위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컴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도 우승을 잡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사진= 파운더스컵 우승트로피를 수상한 프로골퍼 고진영, 연합뉴스
사진= 파운더스컵 우승트로피를 수상한 프로골퍼 고진영, 연합뉴스

지난 11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에서 우승하며 한국선수로는 5번째로 LPGA 우승 통산 10승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 선수 통산으로는 199승이다. 이 날, 슈라이너스 오픈에 출전한 임성재와 한국 날짜로 사상 최초 동반우승을 거두는 영광은 덤으로 기록했다. 

현재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인 넬리 코다와 고작 0.29점의 점수격차를 남겨두고 있다. 21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되는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 출전하는 그는, 지난 20일 열린 인터뷰에서 "200승 주인공이 되도록 노력할 것" 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럼에도 고진영은 이 날 인터뷰에서 "골프선수 고진영보다 인간 고진영이 먼저다" 라며 자신의 행복을 우승에 대한 집착보다 우선 순위로 놓기도 했다.

세계를 아우르는 화려한 실력도, 햇빛 아래 빛나는 우승 트로피도 '자기 자신' 이 인생에 우선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뜻하는 고수의 진정한 여유가 돋보인다. 더불어, 한국 골프계에도 '행복한' 역사를 부지런히 써내려가는 고진영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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