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콘셉트카 화보의 레이싱 모델, pixabay
사진= 콘셉트카 화보의 레이싱 모델, pixabay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모터쇼와 레이스 서킷하면 대중들의 머릿속에 흔히 생각나는 광경이 있다. 도로 위를 빠르게 질주하는 화려한 색깔의 스포츠카, 혹은 전시장에 거대하고 육중한, 혹은 날렵한 바디를 자랑하며 엎드린 신형 차.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시원한 몸매와 빼어난 미모를 지닌 레이싱 모델들이다. 

대중들은 모델들을 가리켜 흔히 '레이싱 걸' 이라고 부른다. 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 불리던 명칭이고, 2000년대 후반을 넘어서며 '레이싱 모델' 로 바뀌었다. 남성 레이싱 모델도 종종 존재하지만 아직도 서킷과 모터쇼의 인기와 위상은 다수의 여성 레이싱 모델들이 이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레이싱 모델이 수행하는 역할은 스폰서의 브랜드명이 적힌 의상을 입거나 도구를 들고 차량의 컨셉을 홍보하는 일이다. 한 마디로 '걸어다니는 광고판' 이다. 그 밖에도 오픈 휠 레이스에서는 경기를 마친 드라이버에게 양산을 씌워주며 그늘을 제공하는 일을 수행한다. 물론 양산에도 스폰서의 로고가 주렁주렁 붙어있어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 

사진= 스폰서명이 붙은 양산을 쓰고있는 레이싱 모델, 해외에서는 umbrella girl이라고도 부른다. motogp 
사진= 스폰서명이 붙은 양산을 쓰고있는 레이싱 모델, 해외에서는 umbrella girl이라고도 부른다. motogp 

사실 정확한 의미의 '레이싱 모델' 은 서킷을 달린 레이서들을 보조해주는 역할이고, 전시회에서 차량 옆에 서 있는 모델들은 '전시 도우미' 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상 국내에서는 엄격한 구분없이 레이싱 이벤트에 관계된 여성 모델들을 통틀어 '레이싱 모델' 이라고 일컫는다. 

레이싱 모델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현재 보이는 이미지처럼 노출이 강한 의상을 입고 차량의 컨셉과 이미지, 스폰서를 홍보하는 일은 아니었다. 지난 1960년대, 당시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꽃다발과 트로피를 건네주는 일을 맡은 아이돌스타 오가와 로자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이벤트가 반응이 좋자, 이후 레이싱 팀에서 본격적으로 여성 모델을 고용하기 시작하며 현재와 같은 이미지로 정착했다.

사진= 해외의 레이싱 모델, pixabay
사진= 해외의 레이싱 모델, pixabay

레이싱 모델들은 자신이 홍보하는 차량의 컨셉과 부합하기에 앞서, 사실상 선정적인 이미지를 얼만큼 내세우냐에 따라 실질적인 인기도가 결정된다. 지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일본의 레이싱 모델들은 하이레그(수영복)와 더불어 광택이 도는 재질의 스타킹을 신어 선정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현재는 노골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의 의상을 입지는 않지만 스타킹을 신지 않고 짧은 핫팬츠나 스커트를 입는 형식으로 진화했다. 

다만, 이와 같은 현실때문에 '차량'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모터쇼가 거꾸로 레이싱 모델만 돋보이는 주객전도의 장이 된 사례도 많았다. 심지어, 해당 전시장에서 차량은 찍지 않고 레이싱 모델만을 촬영하러 다니는 아마추어 사진사가 늘어남으로써 차량을 구경하러 온 일반 관람객들에게 다소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보였다. 

사진 = 2015 서울모터쇼에서 마세라티를 홍보하는 배우 차승원, 연합뉴스
사진 = 2015 서울모터쇼에서 마세라티를 홍보하는 배우 차승원, 연합뉴스

때문에 최근 들어 일부 모터쇼나 전시회는 방향을 틀어 지나친 선정성을 내려놓고, 차의 컨셉에 걸맞게 남녀 모델을 기용해 노출도가 적지만 차와 잘 어우러지는 스타일링을 적용해 호응을 얻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5년 중후한 이미지의 배우 차승원을 모델로 내세운 '마세라티 알피에리' 콘셉트 카 홍보는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인해 모터쇼 및 모터스포츠 경기 등이 모두 취소되며 레이싱 모델들이 설 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업계의 처우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동안 누적된 선입견으로 인해 모델 지망생들에게 자연스럽게 기피 직업이 되어가며 레이싱 모델의 인기가 예전처럼 화려하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레이싱 모델로는 대표적으로 김시후, 천세라, 문가경 등이 있다. 

사진 = 레이싱 모델 김시후, 김시후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 레이싱 모델 김시후, 김시후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김시후는 지난 2014년 레이싱 모델로 데뷔했지만 2016년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며 2년간의 긴 공백기를 가지기도 했다. 이후 2018년 귀국해 슈퍼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인 ASA 6000의 헌터 인제레이싱 팀의 소속 모델로 발탁되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인증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서울모터쇼에 참여해 힐릭스 엔진오일을 널리 홍보했다. 그 밖에도 오토살롱 JAJ 메인 모델, CJ슈퍼레이스 헌터인제팀 모델로도 활약했다. 

사진=문가경 ⓒ MHN스포츠 고동우 기자
사진=문가경 ⓒ MHN스포츠 고동우 기자

87년생의 문가경은 지난 2012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데뷔해, 2014년 슈퍼레이스 레이싱모델 컨테스트에서 금호타이어상을 수상하며 레이싱모델 궤도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이후 최근 2019년까지 각종 모터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한, 문가경은 미국의 패션 매거진인 모드(MODE)가 선정한 '2016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100인' 중 10위에 선정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사진= 레이싱모델 천세라, 천세라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레이싱모델 천세라, 천세라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천세라는 지난 2015년 모델로 데뷔해 한국 최고의 레이싱 대회인 CJ슈퍼레이스를 비롯,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의 대표 모델로 활약중이다. 서울오토살롱, 국제모터쇼, 지스타 등의 행사에 종종 모습을 비추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 밖에도 지난 2016년에는 원챔피언쉽의 라운드걸로 활약하며 레이싱모델 어워드 포토제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스타 레이싱 모델 출신인 중 성공적으로 전업한 사례는 대중들에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 오윤아와, 서울전문예술학교 레이싱모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구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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