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 겁 없는 세터 하승우의 공수활약에 완승
삼각편대 알렉스·나경복·한성정 41점 합작 창단 첫우승 화력시범
대한항공은 요스바니 32점·정지석 16점 분전…범실 25개로 자멸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가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대한항공과의 방문 경기에서 세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가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대한항공과의 방문 경기에서 세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오늘 아침부터 느낌이 좋았다. 동료들끼리 '즐기자'라고 얘기했다”(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카드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대한항공)’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대한항공을 완파하고 정상정복의 힘찬 첫발을 뗐다.

우리카드는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당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다.

올 시즌은 대한항공에 이어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우리카드는 플레이오프에서 OK금융그룹을 제압하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우리카드는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8-26 25-22 25-23)으로 꺾었다.

앞서 15번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은 11차례(73.3%)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창단 첫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홈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얻지 못했다.

이날 승부처는 1세트였다.

1세트 27-26에서 대한항공 외국인 공격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후위 공격을 알렉산드리 페헤이라(알렉스)가 받아내자, 나경복이 네트 중앙 쪽으로 높게 공을 올렸다.

세터 하승우가 공을 향해 달려들어 상대 블로커를 이용한 왼손 공격을 했고, 공은 대한항공 센터 조재영의 손을 맞고 사이드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1세트를 끝내는 '세터' 하승우의 득점이었다.

경기 뒤 만난 하승우는 "알렉스의 디그가 경복이 형 쪽으로 갔을 때 '경복이 형이 올린 공이 내 쪽으로 공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라며 "공격은 자신 있었다. 과감하게 때려볼 생각이었다"라고 웃었다.

서울 우리카드 위비 선수들이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경기에서 1세트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서울 우리카드 위비 선수들이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경기에서 1세트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실제로 하승우는 과감하게 왼팔을 휘둘렀고, 챔피언결정 1차전 1세트는 '하승우의 오픈 공격 득점'으로 끝났다.

하승우는 "사실 고교, 대학 때는 세터로 뛰면서도 기회가 있으면 스파이크도 했다"며 "하지만 '세터가 공격을 자주 시도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는 말을 들어서 프로에서는 자제했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승우의 '공격 본능'이 살아났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신영철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경험이 많지 않은 세터 하승우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젊은 세터' 하승우와 '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대한항공)의 대결 구도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하승우는 "한선수 선배는 내 롤모델이다. 대한항공 경기를 자주 보며 한선수 선배의 토스를 연구한다"며 "당연히 내가 한선수 선배에게는 크게 밀린다. 한선수 선배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래도 경기는 우리카드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승부처였던 1세트를 따낸 우리카드는 박빙의 승부를 견뎌내며 완승을 거뒀다.

2세트에서는 우리카드가 1∼2점을 앞서가다, 요스바니에게 서브 에이스를 내주며 22-22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역전은 허락하지 않았다.

22-22에서 나경복이 퀵 오픈에 성공했고, 상대 요스바니의 후위 공격은 범실이 됐다.

우리카드는 24-22에서 요스바니의 백어택을 나경복이 블로킹해 2세트를 매조졌다.

대한항공은 승부를 뒤집고자 안간힘을 썼다.

3세트 19-21에서는 요스바니의 블로킹과 상대 범실, 요스바니의 퀵 오픈으로 3연속 득점해 22-21 역전에 성공했다.

서브 범실을 한 차례씩 주고받은 뒤 우리카드는 하현용의 속공으로 23-2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나경복의 강한 서브가 정지석의 손을 맞고 네트를 넘어왔고, 하현용이 다이렉트 킬을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24-23에서 요스바니의 오픈 공격을 수비로 걷어 올린 뒤, 알렉스의 퀵 오픈 때 나온 상대 센터 이수황의 네트 터치로 경기를 끝냈다.

이날 알렉스는 서브 에이스 2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2점을 올리며 주포 역할을 했다. 나경복(12점)과 한성정(7점)의 화력도 뛰어났다.

대한항공도 요스바니가 양 팀 합해 최다인 32득점, 정지석이 16득점 하며 치열하게 싸웠지만, 범실 25개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우리카드의 범실은 ⅓ 수준인 9개였다.

양 팀은 12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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