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고구단인 SSG 서울서 창단식, 지역 홀대 비판 비등
인천 시민단체들 성명 내고 사과 촉구…市·시의회도 "아쉽다"
정용진 부회장, 야구단을 유통과 결합의지 ‘서울타깃’ 의심도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명문팀 SK 와이번스 매각으로 상심이 크실 텐데, 인천 시민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SG 랜더스가 '세상에 없던 프로야구단의 시작'을 기치로 올리고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뎠다.

SSG 구단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SSG 선수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단식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창단 인사말에서 "올해 신년사에서 흔들리지 않고, 굽히지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가자는 의미로 불요불굴(不撓不屈)이라는 사자성어를 말씀드렸다"며 "우리가 한마음으로 고객과 팬들에게 광적으로 집중한다면 꿈이 현실이 되는 야구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SK와이번스의 인수에서부터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영입, 기업이미지(CI·Corporate Identity), 정식 유니폼, 마스코트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해온 신세계(SSG) 랜더스가 정작 잔칫날인 창단식 이후 연고지인 인천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광역시를 연고로 새롭게 창단한 SSG가 홈구장 격인 인천에서 창단식을 하지 않고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홀대 받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 언론들은 지난달 31일과 1일자에 비판의 목소리와 일제히 성난 인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시민단체나 지역의 커뮤니티에서도 ‘인천 연고 신세계(SSG) 랜더스 서울 출범식’에 대해 신세계와 정용진 부회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야구단 출범기념 할인행사를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천 패싱’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0일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마케팅에 활용해 유통시장에서 '맞수' 롯데그룹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에 이마트는 1일부터 야구단 창단을 기념하는 '랜더스 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올 상반기 최대 규모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세계가 랜더스를 통해 새로운 야구 문화를 랜딩(상륙)시킨다면 이마트는 고객에게 최대의 할인 혜택을 상륙시킬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0일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마케팅에 활용해 유통시장에서 '맞수' 롯데그룹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사진은 등번호 99번 유니폼 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0일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마케팅에 활용해 유통시장에서 '맞수' 롯데그룹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사진은 등번호 99번 유니폼 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인천 지역에서는 이러한 SSG의 행보가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 언론에서는 연일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인천 지역 언론들은 SSG 랜더스 서울창단식에 "인천 우습게 봤나"(경인일보), 출발부터 '인천 패싱'… SSG 랜더스, 서울서 창단식, “인천 정치인들 다 어디갔나”(중부일보), 인천연고 ‘SSG랜더스’ 서울서 창단식…시민들 ‘부글부글’ SSG 랜더스 창단, 서울서 열린 인천야구 새 시대(OBS), '인천' 빠진 SSG랜더스 창단식...야구팬들 "인천 무시하나"(경인방송), 서울서 인천 얼마나 멀다고 창단식을 '원정'으로 여나?, 인천은 쓱~빠진 'SSG 랜더스' 창단식(기호일보), ‘랜더스’ 창단식 서울서 쓱?…“인천 우습나?”(인천일보) 등이 지역 민심을 전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커뮤니티도 나섰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 YMCA, 인천경실련은 지난달 31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인천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이 인천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창단식을 가졌다"면서 "첫발을 떼는 야구단이 보인 행태에 인천시민들은 당혹감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창단식은 시민들의 기대를 한 번에 실망으로 바꾸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면서 "인천에 쓱(SSG) 착륙(landing)하겠다던 구단이 사실은 인천과 인천시민들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게 아니고서야 그 시작을 다른 지역에서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회원수 1만명이 넘는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지역사랑이 아닌 야구단 사랑이네요. 축구에서는  부천 SK가 연고지를 버리고 제주 유나이티드가 되고, 안양 FC는 FC서울이 된 것이 생각나네요. (SSG가) 인천을 떠나 (테마파크를 건설하는)화성으로 갈까봐 씁쓸하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거다"라며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스포츠와 유통 결합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SSG가 결국 인천이 아닌 수도권, 특히 서울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SSG 측에서는 서울 창단식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팬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SSG 측은 30일 낮에 시범경기를 하고 저녁에 창단식을 진행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구단 오너와 선수단이 참석하는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세계그룹 소유인 서울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창단식에 내빈으로 참석하여 축사를 한 조택상 인천광역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신은호 인천광역시의회 의장은 인천 연고팀의 서울 창단식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는 전언이다.

프로야구에서 팬들은 ‘10번 타자’로 불릴만큼 절대적인 존재이다.

또, 야구단은 지역의 팬심으로 사기를 얻고 성적도 얻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 모든게 그렇듯이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팬들에게 외면받는 프로야구는 존재할수가 없다.

‘인천 연고 신세계(SSG) 랜더스 서울 출범식’은 사라지는 SK 와이번스에 대한 아쉬움과 SSG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복잡한 인천시민들에게 시작부터 결코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SSG는 ‘인천 팬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는 해명보다 자존심에 상처받은 인천 팬들을 위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프로야구 명문 팀 SK 와이번스를 깜짝 인수한데 이어 MLB를 호령하던 추신수까지 영입하며 야심차게 출발하려던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정작 화려한 잔치날에 홀대받은 연고지 팬들의 축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다른 재벌가 오너들과는 달리 대중과의 접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57만7천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소통왕’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대중과 교감해 왔지만 이번 서울 창단식은 인천 팬들과의 소통을 외면한 ‘불통’의 구단주가 되어 버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