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김종민 기자] LoL을 오래 시청한 올드 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그 경기를 다시 찾아간다.

2017년 롤드컵 최종 참여자를 결정 짓는 선발전, 정글 룰루를 '찢은' 앰비션의 카직스가 패-패-승-승-승으로 경기를 뒤집는다. 끝내 참가 티켓을 얻어내 롤드컵 우승까지 이어간 '삼성 갤럭시'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당시 롤드컵 결정전이 펼쳐지기 전부터 LCK는 일대 파란이었다.

2016년 LCK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SKT T1과 ROX Tigers(락스 타이거즈). 락스 타이거즈는 주축 멤버였던 스멥-쿠로-피넛-프레이-고릴라가 흩어지고, 피넛은 SKT T1으로, 프레이-고릴라는 롱주 게이밍으로 이적하게 된다.

롱주 게이밍은 스프링 시즌에 플레이오프도 진출하지 못했던 성적이었으나, 서머에서는 환골탈태한 경기력으로 정규시즌 1위를 달성했다. 결승전 상대는 스프링을 우승하고 서머까지 결승에 진출했던 SKT T1.

당시의 멤버는 롱주가 칸-비디디-커즈-프레이-고릴라, SKT는 운타라-후니-페이커-피넛-뱅-울프였다.

그때도 피지컬은 최상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을 들은 '칸' 김동하, 이제 막 신인으로 서머에 데뷔한 '커즈' 문우찬이 속했던 롱주. 전통의 명가인 SKT T1을 상대로 열세일 것이라는 여론을 뒤집고 3대1 완승을 거둬 서머 시즌 우승자 자격으로 롤드컵 직행권을 따내게 된다.

롱주와 SKT가 차지한 두 자리를 빼고 하나가 남은 상황. 선발전이 펼쳐졌다. 1라운드에서 소년 만화 팀 MVP를 잡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2라운드 상대로 삼성 갤럭시를 만나게 된다.

당시 아프리카 프릭스의 멤버는 마린-스피릿-쿠로-크레이머-투신이었고, 삼성은 정글에 하루와 앰비션을 교체 기용하고 큐베-크라운-룰러-코어장전으로 구성됐다.

MVP는 비록 패배했지만 아프리카에게 큰 손실을 남겼는데,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향로 메타 비장의 카드로 준비했던 스피릿의 '정글 룰루'를 노출하게 만든 것이다.

기세를 탄 아프리카 프릭스는 삼성 갤럭시와의 일전도 2대0으로 앞서 나간다. 3세트도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갔던 아프리카 프릭스. 이대로면 롤드컵 진출 최종전이 머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 '배치기 점멸'이 있기 전까지는.

당시 앰비션의 자크를 말리기 위해 무리한 배치기 점멸을 사용했던 스피릿은, 자크가 궁극기로 스킬을 흡수하면서 도리어 말렸던 상대 카르마에게 킬을 내주며 게임이 뒤집히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유리했던 3세트를 내줬던 아프리카는 필살의 '정글 룰루'를 다시 꺼내든다. 하지만 앰비션은 이미 이에 대한 학습을 마친 상태였다. 앰비션은 솔로 랭크에서 본인이 정글 룰루를 플레이하다가, '킹겐' 황성훈의 카직스를 만나 참된 교육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당한 경험을 본인의 무기로 승화한 앰비션은, 카직스를 뽑아 시종일관 정글 룰루를 찾아다니며 말려버리고 4세트를 따내게 된다.

여담으로 선배 게이머에게 좋은 가르침(?)을 준 킹겐은 이후 KT-비리비리 게이밍을 거쳐 현재 DRX에서 활약하고 있다.

승-승-패-패. 마지막 세트의 아프리카는 밴픽부터 말리고 들어갔다. 당시 '세체탑' 큐베에게 나르를 쥐어주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

결국 경기는 패-패-승-승-승으로 삼성 갤럭시가 역스윕을 이루게 된다. 기세를 이어간 삼성은 최종전에서 '슈퍼팀'이었던 KT 롤스터를 비교적 손쉽게 3대0으로 격파하며 롤드컵 진출전을 따낸다.

아마도 '스피릿' 이다윤 선수는 이날 '배치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던 듯 하다. 2018년 비슷한 상황에서 실수로 롤드컵 진출권을 놓친 그리핀의 바이퍼를 보며, "저 뇌절한 것 꿈에서도 나올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